아픈만큼 강해지는 인삼공사

감독 사퇴에 설상가상 주전 이탈도 꼴찌후보 분류되며 힘든 시즌 출발
힘든 여건속 현재까지 6승7패 선방 달라진 팀 분위기에 선수들 자신감↑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 김승기 감독대행. 수석코치였던 그가 지휘봉을 잡던 지난 8월 인삼공사는 알을 쌓아 놓은 듯 위태로웠다. 불법 스포츠 도박과 승부 조작 혐의를 받아 온 전창진 감독이 물의를 빚은 책임을 지고 사퇴한 상태였다.

출항도 하기 전에 거친 파도를 만나 선장이 바뀐 셈이었다. 풍파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한해 농사의 절반이라는 외국인 선수 1명을 부상으로 잃어야 했다. 시즌을 앞두고는 팀의 중심인 오세근(센터)이 불법 스포츠 베팅 혐의로 출전 보류 처분을 받으면서 그 위태로움은 극에 달했다.

 

올 시즌 전망에서 인삼공사는 하위권, 또는 꼴찌 후보라는 혹평을 들었다. 2011-2012 시즌 우승멤버 박찬희, 이정현(이상 가드)도 아시아선수권대회 때 대표팀의 부름을 받아 1라운드를 뛸 수 없었다. ‘캡틴’ 양희종(포워드)마저 허리 부상으로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

주축 선수 가운데 강병현(가드)을 제외하곤 모두 빠진 상황. 호화 멤버를 갖췄다는 평가가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김 감독대행도 “뛸 선수가 없다”고 하소연하며 “1라운드에서 9전 전패나 안 당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나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갯속에서 닻을 올린 인삼공사호는 보란 듯이 멋진 항해를 하고 있다. 몇 차례 고비를 만나기도 했지만, 슬기롭게 헤쳐나갔다. 1라운드에서 4승5패로 선방한 인삼공사는 이정현과 박찬희가 돌아온 2라운드에서도 2승2패로 선전하고 있다. 아직 2라운드 중반인지라 섣불리 단언할 순 없지만, 지금까지 모습만으로도 시즌 전 평가를 뒤집기에는 충분했다.

 

어둡던 인삼공사의 팀 분위기도 한층 밝아졌다. 김 감독대행은 선수들에게 공을 돌린다. “공수 양면으로 문제가 많았는데, 선수들이 스스로 노력해 개선해 나가고 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점차 나아질 것이라 믿는다.” 

양희종도 달라진 팀 분위기에 웃음꽃을 피운다. 그는 “첫승과 연승을 타면서 반등의 기회를 마련한 것 같다”며 “한 번 이기기가 어렵지, 이기다 보니 분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타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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