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2017 대선, 연정 협상

김종구 논설실장 kimj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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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에 연정을 던질 겁니다. 연정을 받는 쪽을 지지하겠다고 할 겁니다.” 연정 전도사 남경필 지사의 말이다. 여기서 대선은 ‘2017년’을 의미한다. 앞서 논설위원들이 그에게 던진 질문도 ‘(2017년) 대선에 출마할 것이냐’였다. 이에 대한 답은 ‘얼마 전 토크쇼에서도 밝혔습니다. 안 합니다’로 간단히 정리됐다. 그 뒤를 이어 나온 말이다. 각 대선 후보들에게 연정을 제안할 것이고, 이 제안을 받는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궁금한 건 그가 말하는 대선 후보의 범위다. 어디까지를 의미하는지 확실치 않다. 새누리당 내부 후보만을 얘기할 수도, 다른 정당 후보까지 포함할 수도 있다. 얼핏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당내 후보다. 그렇치 않고, 다른 정당의 후보까지도 포함한다면-다시 말해 다른 정당 후보라도 연정을 받으면 지지하겠다라는 뜻으로 풀이한다면-파문은 커질 수 있었다. 정당정치에 포위된 우리 현실에서는 그만큼 상상키 어려운 발상이다. 일단 참석 논설위원들도 ‘새누리당 대선 후보에 국한된’ 것으로 이해하는 듯 보였다. ▶정치인에게 대선 후보라는 별칭은 최고의 몸값을 담보한다. 민선 경기도지사가 늘 그런 대우를 받아왔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쉽사리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하지 않는다. ‘지금은 도정에 전념할 뿐이다’라는 말로 불씨를 살려가곤 했다. 손학규 도지사도, 김문수 도지사도 그랬다. 그에 비하면 남 지사의 불출마 발언은 다소 이채롭다. 생각보다 일찌감치 정리했다. “중요한 건 2017년은 아닙니다. 지금은 대권도전을 생각할 여력이 없고요.”(7월2일. TV조선 인터뷰 중에서) ▶그랬던 남 지사가 밝힌 ‘연정 대선 제안’ 발언이다. 물론 격식을 갖고 나온 말은 아니다. 15일 수원을 방문한 서울 지역 언론사 논설위원들을 맞는 자리에서의 던진 말이다. 하지만, 대화의 상대가 현직 논설ㆍ해설위원들이다. 누구보다 뛰어난 대(對)언론감을 갖고 있는 그다. 전혀 심중(心中)에 없는 말을 꺼냈다고 보기 어렵다. 어쩌면 2017년 어느 날부터 등장할 ‘대선-연정-남경필’이란 대선 화두를 한 박자 빨리 귀띔했는지도 모른다. ▶남 지사의 정치는 늘 ‘역발상의 정치’였다. 계파나 정파의 고정관념을 자주 넘나들었다. 이명박 정부 초기, ‘형님 권력’ 이상득 의원에게 불출마를 선언한 것도 그였다. 2010년 지방 선거에서 정당을 달리하는 염태영 수원시장 후보 출판 기념회에 축하 동영상을 보내 모두를 놀라게 한 것도 그였다. 어찌보면 그런 그가 연정을 매개로 모든 정파와 폭넓은 대선 협상에 나선다 해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닐듯싶다.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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