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인문학에 대한 이중잣대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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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가치와 인간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기업과 사회단체, 자치단체 등에서 인문학 강좌가 늘어났고, 인문학 관련 베스트셀러도 많아졌다. 시대가 바쁘게 변할수록 인문학을 통해 근원과 균형을 찾고자 하는 욕구도 커지고 있다.

 

인문학에 관심과 흥미를 갖는 이들을 위한 잔치가 26일부터 일주일간 전국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교육부가 주최하고 인문학대중화운영위원회가 진행하는 ‘제10회 인문주간(Humanities Week)’ 행사다. 인문주간은 매년 10월 마지막 주에 시민들이 다양한 강연, 공연, 전시 등을 통해 인문학을 가까이서 접하고 즐길 기회를 만들어주는 행사다. 10년 차인 올해는 ‘인문학, 미래를 향한 디딤돌’이라는 주제로 열린다.

 

행사를 주최하는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인문학은 그 자체로도 중요하고 융복합의 근본도 되는 소중한 학문”이라며 “요즘 젊은이들의 취업 문제가 커지면서 실용교육이 강조되긴 하지만, 그럴수록 인문학을 소홀히 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문사철(文史哲)로 대표되는 인문학은 모든 것의 원천이 돼 스토리텔링과 혁신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교육부 장관은 이렇게 말하고 있지만 교육부의 행태는 이율배반적이다. 교육부는 최근 사회 변화와 사회 수요에 맞도록 기존 학과를 통폐합하거나 취업에 유리한 학과를 신설하는 등 구조개혁을 하는 대학에 2천억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취업률이 낮은 인문계 정원을 줄이고 이공계 학과를 늘리는 대학을 지원하겠다는 뜻이다. 교육부 방침에 대학들은 벌써부터 인문학과를 폐지하거나 통폐합에 나서고 있다.

 

기초학문은 대학 지성의 중심이자 학생 사고력의 바탕이 되는데 대학들이 지나치게 효율성만 추구하다 보니 인문학이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교육부가 인문학을 죽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문학이 배제된 대학교육은 고등학교의 연장선상에서 암기위주의 교육방법을 탈피할 수 없게 돼 결과적으로 대학교육의 질적 저하를 가져온다.

 

지금 사회는 인문학의 실용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스티브 잡스의 ‘애플은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교차점에서 탄생’했고, 다수의 기업들이 인문학을 통한 애플의 성공비결을 배우느라 애쓰고 있다. 인문학 열풍은 대학에서부터 불어야 맞다. 우린 대학에선 외면하고, 사회에선 ‘인문학적 스펙’을 쌓느라 열 올리고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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