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더 담그고 나눠 먹는 김장

박정임 경제부장 bakha@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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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추워지면 주부들의 마음은 바빠진다. 겨울날 준비를 해야 하는데, 그 첫 번째가 김장이다. 그런데 그 김장이라는 게 금방 되는 게 아니다. 우선은 좋은 마늘을 구해야 하고 마늘 까는 데만 몇 날이 걸린다.

고추며 생강, 젓갈 같은 재료를 준비하고 소금에 배추를 절이면 준비는 끝난다. 하지만, 임박해 준비해야 하는 파와 갓, 생굴까지 갖추고 김장하는 사람들을 위한 보쌈용 돼지고기까지 준비해야만 비로소 제대로 된 김장하기가 시작된다. 

▶내 고향 연천군 동막리의 김장철 모습은 아직도 잔칫날을 연상시킨다. 집집이 김장하는 날이 정해지면 여자들은 김장 담그기 전날 무 채와 깍두기용 무를 썰어 주는 것부터 품앗이를 시작한다. 도시로 나간 자식의 김장까지 해야 하니 적게는 100포기에서 많은 집은 300포기에 달해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절인 배추는 산더미 같아도 동네 여자들이 모두 달려드니 눈 깜짝할 사이에 끝이 난다. 김장 인심도 넉넉해 남은 재료와 배추를 버무린 겉절이를 나누어 먹고, 혼자 사는 경우엔 일 도운 몫으로 얻은 김치로 겨울을 날 수도 있다. 

▶발효 식품인 김치는 각종 무기질과 비타민이 풍부해 영양학적으로 우수한 효능을 인정받고 있다. 젖산균이 정장작용을 해 소화를 돕는다. 특히 김장 김치는 채소가 부족한 겨울철에 비타민의 공급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요사이 겨울철에도 채소나 과일이 풍부해 비타민 걱정이 없는데다 식생활의 변화로 김치 소비가 줄긴 했지만, 그래도 직접 담근 김장김치를 냉장고에 가득 채웠을 때의 뿌듯함은 여전하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3일 기준 4인 가족의 김장 비용은 21만278원으로 평년(2010∼2014년)보다 2만4천358원 저렴하다. 소금 등이 예년과 비교해 올랐지만, 배추와 무는 작황이 좋아 가격이 대폭 내렸다. 이 때문에 정부는 공급과잉이 우려되는 김장 채소에 대한 소비촉진을 위해 ‘더 담그고 나눠 먹는 김장’ 캠페인을 벌인다.

농촌마을처럼 넘치는 인심은 아니어도 몇 포기라도 더 담가 배추 농가의 시름을 덜어주고 이웃도 보듬는 미덕을 발휘해 보자. 미리 예약하면 배추도 절여주고 가격까지 깎아준다니 얼마나 편한 세상인가. 

박정임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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