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부상장병 예우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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릭 클레먼트는 5년 전 아프가니스탄에서 두 다리를 잃은 35세 영국 상이군인이다. 

17세에 육군에 입대해 중사까지 진급했던 그는 아프가니스탄 파병 6개월만인 지난 2010년 5월, 도보정찰 중 도로에 매설된 지뢰를 밟아 두 다리와 왼쪽 팔꿈치에 큰 부상을 입었다. 클레먼트는 긴급히 헬리콥터로 이송되던 중 2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고,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하지만 의사들은 부상 정도가 심해 의족 사용도 어려울 것이라 했다. 클레먼트는 포기하지 않았고, 정부 보상금 57만5천파운드(약 10억원)와 특별재활센터의 도움으로 5만파운드(약 8천700만원) 상당의 맞춤형 특수 의족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리고 사력을 다해 재활에 힘써 지난 8일 영국군 전사자를 기리는 ‘전사자 추모일(Remembrance Day)’ 행사에 참여해 몇 발자국을 내딛었다. 감동의 순간이었다. 영국 국민은 그에게 뜨거운 박수와 응원을 보냈다.

 

얼마전 우리나라에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지뢰 사고로 부상을 당한 곽모(30) 중사의 진료비 문제가 논란이 됐다. 민간병원 치료비 일부를 곽 중사가 부담해야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터넷 포털과 SNS엔 “누가 이런 나라에 목숨을 바칠까”라는 비판이 거셌다.

 

곽 중사는 작년 6월 비무장지대에서 작전 수행 중 원인 미상의 지뢰에 의해 폭발 사고를 당했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지난해에만 4차례 수술을 받고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민간병원에서 119일 동안 치료를 받았고, 앞으로도 추가 수술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곽 중사와 가족들은 치료비 1천750만원 중 750만원을 부담했고, 이 과정에서 빚까지 얻었다. 군인연금법상 민간병원 요양비를 최대 30일까지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8월 북한군의 지뢰 도발에 부상을 당한 장병들은 이후 군인연금법 시행령이 개정돼 정부에서 치료비를 전액 지원해준다. 곽 중사는 소급적용이 안돼 치료비 지원이 어렵다해 형평성 문제도 불거졌다. 네티즌들은 “부상 병사에 대한 지원도 골라서 해주는 ‘대한민국은 헬조선’”이라며 비아냥댔다.

 

지뢰사고를 당한 이후 정부 지원에 있어 영국군과 한국군의 차이가 너무 크다. 이런 정부를 믿고 누가 목숨 걸고 임무를 수행할까 싶다. 군 복무중 다친 장병의 치료비는 당연히 국가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 이것이 국가의 도리이자 책무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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