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Pray For Paris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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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국기는 파란색ㆍ흰색ㆍ빨간색으로 된 삼색기(La Tricoloreㆍ라 트리콜로레)다. 파란색은 자유, 흰색은 평등, 빨간색은 박애를 상징한다.

 

요 며칠 인터넷과 SNS는 프랑스 국기로 도배됐다. 11월 13일 금요일 밤 파리에서 벌어진 이슬람국가(IS)의 테러로 희생된 사람들을 추모하기 위해서다.

무차별적인 연쇄 테러로 15일 밤 10시 현재(현지시간) 132명이 사망했고, 부상자가 349명이나 된다. 프랑스로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테러다. 12명의 사망자를 낸 1월 7일 샤를리 에브도 테러사건이 일어난 지 10개월 만에 또 테러가 일어나 프랑스는 지금 불안과 충격에 휩싸여 있다.

 

이런 가운데 파리 테러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추모 물결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파리의 에펠탑은 조명을 껐지만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 독일의 브란덴부르크 문,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예수상, 뉴욕 워싱턴스퀘어파크의 개선문 등 세계의 주요 상징물들은 프랑스 삼색기의 불을 밝히며 자유ㆍ평등ㆍ박애 정신을 이어나갔다.

 

트위터 사용자들은 ‘Pray For Paris(파리를 위해 기도하자)’ 등 해시태그를 통해 희생자를 애도했고,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프랑스 국기를 배경으로 자기만의 사진을 덧입힌 프로필 사진으로 애도를 표현했다.

 

파리 공화국 광장 조각상 주위엔 초와 꽃다발, 추모의 글이 가득하고 추모객의 발길이 줄을 잇는다. ‘테러 이후 우린 더 강해질 것이다. 공포는 없다’ ‘흔들릴지언정 침몰하지 않는다’는 글귀가 눈길을 끈다. 14일 파리 11지구의 바타클랑 극장 앞에선 한 음악가가 ‘이매진(imagine)’을 연주했다. 이 곡은 비틀즈 멤버 존 레넌이 1971년 베트남 전쟁 당시 세계 평화를 기원하면서 만든 노래다.

 

파리 시민들은 위기 속에서도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였다. 테러 직후 시민들은 SNS를 통해 테러 생존자와 관광객에게 대피처를 제공하는 운동을 벌였다. 인터넷에 ‘열린 문(PorteOuverte)’이라는 메시지를 올리고 갈 곳 없는 사람들에게 숙소를 제공했다. 일부 택시는 테러 지역으로 가 무료로 시민을 수송했다. 테러 부상자들이 실려간 병원엔 헌혈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몇 시간씩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하려는 시민들의 모습이 감동적이다.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프랑스 국민들을 응원하며 희생자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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