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따뜻한 겨울

정일형 지역사회부 부국장 ihjun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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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재촉하듯 며칠 새 세우(細雨)가 내리더니 어느새 거리의 가로수들도 낙엽 옷을 벗고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고 있다. 삭풍이 한번 오고 가면 조만간 사람들의 코트 깃도 한층 올라갈 것이다. 올해도 여지없이 동빙한설(凍氷寒雪)이 성큼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다.

하지만, 우리 선조들은 동자연지여(冬煮年之餘)라며 겨울의 의미를 달리 보기도 했다. 봄, 여름, 가을을 바쁘게 보낸 만큼 겨울은 휴식이자 나눔의 계절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겨울은 살갗이 아릴 정도로 춥다. 더욱이 올해는 눈도 많이 내린다 한다. 분명 체온으로 느끼는 겨울은 모든 이를 움츠리게 만든다. 하지만, 겨울 가슴은 따뜻하다. 벌써부터 여기저기서 김장 담그기 행사가 분주하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추위에 떨 이웃을 위한 봉사 프로그램들이 만들어져 가고 일각에서는 연탄이나 화목 등 땔감 준비가 한창이다. 이밖에 외부로 노출되지 않은 겨울나기 프로그램은 부지기수다. 봉사자들이 피부로 와 닿는 추위를 무릅쓰고 이런 애를 쓰는 것은 내가 아닌 우리 이웃과 함께 추위를 이겨보자는 따뜻한 가슴의 발로가 아닐 수 없다. 

△아는 자원봉사자는 말한다. “봉사를 왜 하십니까?”라는 물음에 주저 없이 “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합니다”라고 답한다. 그러면서 “나누고 베푸는 것은 많이 가져서가 아니라 마음을 나누는 것이지요. 그러다 보면 내가 갖지 못했던 따뜻한 가슴이 어느새 자리하고 있지요. 그런 기분을 한번 느끼면 하지 않을 수가 없지요”라고 한마디를 더 전한다. 

△겨울은 춥다. 더구나 올해처럼 경제사정이 녹록지 않은 해에는 몸도 마음도 모두 꽁꽁 얼어붙기 마련이다. 그러면 우리 주변에서 소외받는 이웃은 더욱 음지로 내몰리고 만다. 그들은 그 누군가가 내미는 손을 말없이 간절히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빙탄상애(氷炭相愛)라 했다. 얼음과 연탄이 어찌 서로를 만나 사랑할 수 있단 말인가?라는 의문만 갖지 말고 이런 사자성어가 오랫동안 전해져 오고 있는 만큼 올겨울에는 그 예를 현실로 구현해 보자.

 

정일형 지역사회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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