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銀, 첼시 리 ‘사용설명서’ 찾아라

부진 떨치고 올해 2위로 상승세지만 압도적인 신체조건 제대로 활용 못해

지난 4시즌 동안 하위권에서 맴돌던 여자프로농구 부천 KEB하나은행은 24일 현재 리그 2위에 올라 있다. 괄목할 만한 상승세에 박수를 받아 마땅하지만, 팬들은 혀를 끌끌 찬다. 이유가 다 있다.

 

KEB하나은행은 이번 시즌 개막을 앞두고 센터 첼시 리를 영입했다. 신장 189㎝에 체중이 102㎏으로 골밑에 서있기만 해도 위압감이 만만치 않았다. 더욱이 리는 할머니가 한국인이어서 외국인 선수가 아닌 해외동포로 국내 선수와 같은 조건에서 뛸 수 있었다. 상대팀으로부터 ‘반칙’이란 소리를 들을만 했다.

 

실제로 리는 개막과 동시에 육중한 체구를 앞세운 골밑 장악력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특히 직접 슛을 시도한 뒤 다시 잡아채 재차 골로 연결하는 건 알고도 막지 못했다. 지난해 5위에 그쳤던 KEB하나은행이 단숨에 우승후보로 떠오른 이유다.

 

그러나 문제는 KEB하나은행이 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지난 22일 춘천 우리은행전이 단적인 예다. 이날 우리은행은 리에게 공이 투입되는 걸 막기 위해 앞선부터 강한 압박 수비로 KEB하나은행 가드진을 밀어붙였다. 공이 제때 공급되지 않으면서 결국 리는 10득점에 그쳤고, 하나은행은 65대74로 패했다.

 

우리은행이 펼친 압박수비와 협력수비는 많은 지도자들이 꺼리는 전술이다. 극심한 체력소모와 집중력, 그리고 수비가 깨졌을 때 아웃넘버가 발생하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이다. 공격하는 입장에서는 이를 역이용한다면 상대를 손쉽게 무너뜨릴 수 있기도 하다. 그러나 KEB하나은행은 우리은행의 압박수비와 협력수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실책이 쏟아졌고, 아웃넘버를 만들지도 못했다.

 

우리은행은 최근 3시즌 동안 강한 압박수비와 협력수비를 앞세워 리그를 호령해왔다. 이 수비를 뚫지 못한다면 우리은행을 넘을 수 없다. 박종천 KEB하나은행 감독은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우리은행 선수들은 연로했다. 할머니들은 이제 갈 때가 되지 않았나. 패기로 덤벼보겠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우리은행과 맞대결에서 할머니가 된 건 KEB하나은행이었으니, 팬들이 뿔 날만도 했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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