낄 자리 없는 ‘대학농구 최대어’ 문성곤

올 고려대 대학리그 3연패 주역 4경기 평균 6분여 출전·0.8득점
국대급 선수 즐비… 기회 못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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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6일 열린 ‘2015 KBL 국내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1순위 지명권을 얻은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 김승기 감독대행은 주저 없이 고려대 포워드 문성곤을 호명했다.

 

문성곤은 올 시즌 대학리그에서 고려대의 3연패를 이끌며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대학농구 ‘최대어’였다. 10월 중국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는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기도 했다. 문성곤은 인삼공사의 지명을 받은 뒤 “팀에서는 물론이고 국가대표팀에서도 에이스가 되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문성곤은 인삼공사에 합류한 지 나흘만인 그달 31일 서울 SK전을 통해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 출전시간이 8분 밖에 안됐고, 득점도 기록하지 못했다. 11월3일 인천 전자랜드전에서도 그는 4분51초 출전에 그쳤고, 무득점으로 침묵했다. 7일 고양 오리온전에서 3점포로 프로무대 첫 득점에 성공했지만, 20일 전자랜드전에선 2분 출전에 머물렀다. 4경기 평균 6분49초 출전, 0.8득점. 1순위 선수답지 않은 성적표였다. 문성곤이 험난한 루키 시즌을 보내고 있는 사이 팀은 7연승을 달리며 한때 최하위까지 처졌던 순위를 3위로 끌어올렸다.

인삼공사는 10개 구단 가운데 가장 두터운 선수층을 자랑한다. 특히, 문성곤 포지션에는 박찬희, 이정현, 강병현, 양희종 등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즐비하다. 더욱이 오랜 시간 호흡을 함께해온 이들이다. 애초부터 문성곤이 많은 출전시간을 보장받기 어려웠던 환경이었다.

 

팬들 사이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출전시간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문성곤에 대한 동정의 시선들이었다. 일부 팬들은 “선수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인삼공사가 트레이드를 고려해 봐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하기도 한다.

 

김 감독대행은 ‘오늘보다 내일’에 방점을 두고 있다. 그는 “성곤이를 즉시 전력으로 활용하는 데에 급하게 생각 안하고 있다”며 “몸 상태도 경기를 뛸 수 있는 밸런스가 안 잡혀 있다. 지금은 미래를 더욱 치밀하게 준비할 때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성곤이는 향후 팀 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할 선수”라고 강한 믿음감을 드러냈다.

 

인삼공사는 지난 2011년 신인드래프트에서도 1순위 지명권을 얻어 센터 오세근을 품었다. 하지만 대학 시절부터 혹사를 당한 오세근은 무릎부상으로 지난 시즌까지 부상자 명단에 오르내렸다. 문성곤도 대학 시절 국가대표와 대학리그를 오가면서 제대로 휴식을 취할 시간이 없었다. 현재는 다행히 팀 훈련 외에도 틈틈이 휴식 시간을 가지며 몸만들기에 전념하고 있다. 신인왕 욕심도 버린 그는 오늘이 아닌 내일을 보고 있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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