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회사 차려 80억짜리 집 사고, 아궁이엔 6억대 돈다발

국세청, 고액·상습체납자 2천226명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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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이 25일 발표한 ‘2015년 고액상습체납자 2천226명 명단’ 중 한 고액체납자의 재산추적조사 사례. 재래식 가마솥이 놓인 부뚜막 아래 아궁이 안쪽에서 끄집어낸 검은 가죽가방 속에서 5만원권 등 한화 5억원, 100달러짜리 등 외화 1억원어치의 지폐뭉치가 무더기로 쏟아졌다. 전체 액수가 자그마치 6억원에 달했다. 연합뉴스
양도소득세 9억여원을 내지 않은 서모씨는 부동산 경매로 배당받은 수억원의 자금을 세탁해 현금으로 숨겨놓았다.

체납액을 징수하기 위한 국세청 조사관들은 서씨 부인과 자녀 명의로 된 전원주택을 수색하던 중 재래식 가마솥이 놓인 부뚜막 아래 아궁이 안쪽에서 검은 물체를 발견했다. 잿더미 속에서 끄집어낸 검은 가죽가방 속에서 5만원권 등 한화 5억원, 100달러짜리 등 외화 1억원 어치의 지폐뭉치가 무더기로 쏟아졌다. 전체 액수는 6억원에 달했다.

 

소득세 등 수백억원을 체납한 채 서울 성북동의 대저택에서 호화생활을 즐기던 중개업체 대표 이모씨도 국세청에 덜미를 잡혔다. 국세청은 이씨가 미국에 세운 페이퍼컴퍼니를 이용, 회사에서 빼돌린 돈으로 주택을 구입한 사실을 확인한 뒤 주택처분금지가처분 및 소송을 제기해 놓고 현장을 찾았다. 

시가 80억원에 달하는 이 저택에서는 와인 저장고에 놓인 고급 와인 1천200여병, 명품 가방 30개, 그림 2점, 골프채 2세트, 거북선 모양으로 된 금 장식 등이 발견됐다.

 

국세청은 25일 거액의 국세를 체납한 개인 1천526명과 법인 700곳 등 2천226명(곳)을 공개했다. 이번 공개 대상은 체납 발생일로부터 1년이 넘은 국세가 5억원 이상인 경우로, 총 체납액은 3조7천832억원에 달한다. 1인(업체)당 평균 체납액은 17억원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개인 중에는 방위산업체 블루니어 전 대표인 박기성씨(54)가 법인세 등 276억원을 체납해 1위에 올랐다. 공군 하사관 출신인 박 전 대표는 실제 수입하거나 구입하지 않은 부품으로 공군 주력 전투기를 정비한 것처럼 꾸며 2006∼2011년까지 총 243억원의 정비 예산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기소돼 지난 7월 1심에서 징역 6년에 벌금 30억원을 선고받았다. 

조세포탈 혐의로도 기소된 박 전 대표는 이달 초 징역 2년6월에 벌금 47억원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신성엽씨(49)와 전 대동인삼 영농조합법인 대표 김용태씨(48)는 부가가치세 등을 각각 225억원, 219억원 체납해 개인 2∼3위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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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ㆍ인천지역에서는 종합소득세 등 166억원을 체납한 이영희씨(54ㆍ인천 거주)와 부가가치세 등 155억원 체납한 유장훈씨(44ㆍ남양주 거주)가 각각 개인 7위와 8위에 올랐다.

 

법인 가운데는 부천 소재 씨앤에이취케미칼(대표 박수목)이 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 등 3가지 세목에서 총 490억원을 체납해 1위에 올랐다. 

경기지역에서는 부가가치세 등 403억원 체납한 안산 소재 에스에스씨피 주식회사(대표 오정현)가 2위에, 교통에너지환경세 등 343억원 체납한 가평 소재 주식회사 피에이(대표 박국태)가 3위에, 법인세 등 179억원을 체납한 (주)블루니어(대표 박기성)가 각각 7위에 이름을 올렸다.

 

심달훈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은 “앞으로도 고액ㆍ상습체납자의 은닉재산을 끝까지 추적하겠다”면서 “특히 악의적인 체납자는 형사고발하는 등 엄정하게 대처해 성실 납세자가 존경받는 사회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규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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