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고액·상습체납자 2천226명 공개
체납액을 징수하기 위한 국세청 조사관들은 서씨 부인과 자녀 명의로 된 전원주택을 수색하던 중 재래식 가마솥이 놓인 부뚜막 아래 아궁이 안쪽에서 검은 물체를 발견했다. 잿더미 속에서 끄집어낸 검은 가죽가방 속에서 5만원권 등 한화 5억원, 100달러짜리 등 외화 1억원 어치의 지폐뭉치가 무더기로 쏟아졌다. 전체 액수는 6억원에 달했다.
소득세 등 수백억원을 체납한 채 서울 성북동의 대저택에서 호화생활을 즐기던 중개업체 대표 이모씨도 국세청에 덜미를 잡혔다. 국세청은 이씨가 미국에 세운 페이퍼컴퍼니를 이용, 회사에서 빼돌린 돈으로 주택을 구입한 사실을 확인한 뒤 주택처분금지가처분 및 소송을 제기해 놓고 현장을 찾았다.
시가 80억원에 달하는 이 저택에서는 와인 저장고에 놓인 고급 와인 1천200여병, 명품 가방 30개, 그림 2점, 골프채 2세트, 거북선 모양으로 된 금 장식 등이 발견됐다.
국세청은 25일 거액의 국세를 체납한 개인 1천526명과 법인 700곳 등 2천226명(곳)을 공개했다. 이번 공개 대상은 체납 발생일로부터 1년이 넘은 국세가 5억원 이상인 경우로, 총 체납액은 3조7천832억원에 달한다. 1인(업체)당 평균 체납액은 17억원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개인 중에는 방위산업체 블루니어 전 대표인 박기성씨(54)가 법인세 등 276억원을 체납해 1위에 올랐다. 공군 하사관 출신인 박 전 대표는 실제 수입하거나 구입하지 않은 부품으로 공군 주력 전투기를 정비한 것처럼 꾸며 2006∼2011년까지 총 243억원의 정비 예산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기소돼 지난 7월 1심에서 징역 6년에 벌금 30억원을 선고받았다.
조세포탈 혐의로도 기소된 박 전 대표는 이달 초 징역 2년6월에 벌금 47억원을 추가로 선고받았다.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신성엽씨(49)와 전 대동인삼 영농조합법인 대표 김용태씨(48)는 부가가치세 등을 각각 225억원, 219억원 체납해 개인 2∼3위에 이름을 올렸다.
법인 가운데는 부천 소재 씨앤에이취케미칼(대표 박수목)이 교통ㆍ에너지ㆍ환경세 등 3가지 세목에서 총 490억원을 체납해 1위에 올랐다.
경기지역에서는 부가가치세 등 403억원 체납한 안산 소재 에스에스씨피 주식회사(대표 오정현)가 2위에, 교통에너지환경세 등 343억원 체납한 가평 소재 주식회사 피에이(대표 박국태)가 3위에, 법인세 등 179억원을 체납한 (주)블루니어(대표 박기성)가 각각 7위에 이름을 올렸다.
심달훈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은 “앞으로도 고액ㆍ상습체납자의 은닉재산을 끝까지 추적하겠다”면서 “특히 악의적인 체납자는 형사고발하는 등 엄정하게 대처해 성실 납세자가 존경받는 사회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규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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