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업체와 손잡고… ‘행복 일터’ 된 경로당

파주 전국 첫 경로당·기업 연계 어르신 2천여명에 일자리 제공
노인복지·지역 경제 상생 모델

▲ 파주시의 ‘어르신 행복일터’사업으로 운정신도시 가람마을2단지경로당 어르신들이 쇼핑백 만드는 작업을 하며 소득을 올리고 있다. 파주시제공
“화투 치던 경로당은 이제 옛말이죠. 함께 모여 작업하며 ‘일하는 기쁨’을 누리고 있습니다”

 

파주 운정신도시 가람마을 2단지 경로당 이경수 회장(79)은 요즘 회원들의 성화에 일주일에 서너번은 지역내 기업체들에게 일감을 늘려달라고 전화하고 있다.

 

이 회장은 “경로당에 일거리가 생기니 어르신들이 용돈을 벌어 맛있는 저녁이 있는 삶을 즐기는 등 만족도가 아주 높다”고 환영하고 있다.

 

어르신들이 하는 일은 쇼핑백을 만드는 작업이다. 쇼핑백 끝부분을 눌러 매끄럽게 접은 뒤 풀칠을 하고 손잡이 구멍을 내 끈을 다는 일이다. 파주시가 지역내 쇼핑백제조업체와 연결해 일거리를 찾아줬다. 경로당 회원 60여명 중 단순노동이 가능한 20여명이 아침 오후 2교대로 참여해 한달에 4만개 가까이 작업한다.

 

10월말현재 파주시 65세이상 인구는 5만여명, 시 전체인구의 12%다. 100세시대 노인일자리가 필수다. 이에 착안해 도입한 파주시의 ‘어르신 행복일터’가 기업과 상생 모델을 제시하면서 일자리창출을 통해 노인복지실현과 지역경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롤모델이 되고 있다.

 

노인복지에 관심이 많은 이재홍 시장이 아이디어를 냈다. 어르신들에게 직접 지급되는 사업비가 없는 전혀 없는 비예산사업이어서 전국 지차체마다 돌파구가 보이지 않았던 노인복지분야에 신선한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업은 경로당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일거리를 제공해 주고 경로당은 인력과 공동작업 장소를 제공한다. 이 때문에 지역 중소기업은 인건비와 물류비를 절약하고 용돈이나 병원비가 아쉬운 노인들은 일을 통해 소득을 창출하고 삶의 보람도 일군다.

 

이렇게 해서 파주시가 지난 2월 광탄면 2개 경로당에서 시작한 어르신행복일터는 시행 10개월만에 지역내 16개 읍면동 64개 경로당에 29개 기업이 연결돼 2천여명의 어르신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주로 부채조립, 학습지포장, 김치재료다듬기, 포장박스 조립, 인테리어 시트지 포장 등 단순하고 쉽게 할 수 있는 일로 1인당 월평균 15만원, 경로당에 연간 3억6천여만원의 수익금을 안길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들도 환영한다. 쇼핑백 조립을 가람마을2단지경로당에 맡기고 있는 우성에스엔피사는 “작업속도는 다소 느리지만 신중하고 꼼꼼해 젊은이들의 불량률 절반에도 못미친다”며 “경로당 제공물량을 더 늘릴 것”이라고 만족했다.

 

시는 경로당 일자리사업이 안정화로 접어들자 이를 사회적기업으로 연결하는 경로당 일자리 독립운영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경로당과 지역 특성에 맞는 눈높이 일거리로 연계하고 기업체를 방문해 업무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이재홍 시장은 “일자리야말로 최고의 노인복지다. 일감제공이 가능한 기업체를 지속적으로 발굴하는 한편 일우수 경로당에 대해 환경개선 지원 등 인센티브도 제공하겠다”며 “앞으로 유휴농지를 이용한 농작물 재배추진 등 다양한 어르신 일자리 창출에 더욱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파주=김요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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