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부상에 전자랜드·오리온 주춤… 외국인 의존도 심화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는 올 시즌 초반 소위 말하는 ‘잘 나가는 팀’이었다.
개막 4연승을 달렸고, ‘우승후보’로 평가받던 고양 오리온과 선두권을 형성했다.
그랬던 전자랜드가 10·11월 두 달간 치른 정규리그 18경기에서 고작 3승을 거두는 데 그쳤다. 전체 3순위로 영입한 외국인 선수 안드레 스미스가 무릎 부상으로 낙마한 이후 벌어진 일이다.
1997년 프로농구가 출범한 이후 외국인 선수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었다. 득점과 리바운드를 독점하면서 경기를 지배하곤 했다. 팀 성적도 외국인 선수 활약 여부에 따라 갈렸다.
실제로 통산 20번째 시즌을 맞는 프로농구에서 외국인 선수를 잘못 뽑고 우승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과거 ‘현대 왕조’를 열었던 조니 맥도웰부터 최근 울산 모비스의 3연패를 이끈 리카르도 라틀리프까지 우승팀에는 항상 걸출한 외국인 선수가 있었다.
올 시즌 개막 후 줄곧 선두를 고수하고 있는 오리온도 외국인 선수를 잘 뽑은 사례다. 외국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7순위로 영입한 애런 헤인즈가 경기당 평균 25.86득점에 9리바운드를 책임져 주면서 오리온은 고공행진을 이어갈 수 있었다. 비록 헤인즈가 부상으로 빠진 15일 이후로는 1승3패로 부진했다곤 하나, 그가 돌아오는 12월부터는 다시 정상궤도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농구는 누구와 뛰느냐에 따라 경기력이 크게 좌우되는 종목이다. 축구나 배구 등 여타 구기 종목도 그렇겠지만, 농구는 가장 적은 5명이 한 팀을 이루는 종목이기에 더욱 큰 영향을 받는다. 때문에 한 선수(에이스)가 경기를 지배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국내 프로농구에선 주로 외국인 선수가 에이스 역할을 맡고 있다.
감독들은 에이스, 다시 말하자면 외국인 선수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아 핵심 전술로 삼는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올 시즌 내·외곽의 조화를 꾀하기 위해 신장이 작은 리카르도 포웰을 포기하고 스미스를 뽑았다.
추일승 오리온 감독 역시 스페이싱(공간 창출)을 강조한 포워드 농구의 극대화를 위해 헤인즈를 선택했다. 그러나 전술의 핵인 외국인 선수가 빠지면서 전자랜드와 오리온은 나란히 부진에 빠졌다.
유 감독과 추 감독이 요즘 외국인 선수 얘기만 나오면 한숨부터 내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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