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한해가 저물어가고 있다. 온라인을 통해 본 2015년 대한민국은 ‘혐오사회’였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에 이어 올해 메르스를 겪으면서 국민들은 의심했고 분노했다. 인터넷에는 여성혐오가 넘치고 이를 참다못한 여성들은 남성혐오로 맞공격했다. 빈 주먹에 흙수저 밖에 쥘 게 없는 이들은 ‘지금 여기가 지옥’이라고 외쳤다. 이 모든 감정의 기저에는 혐오 감정이 깔렸다.
빅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가 올해 SNS 등 온라인 공간에서 회자된 키워드를 분석,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군 ‘핫 이슈’ 10개를 선정했다. 그 결과, 연간 키워드 중 1위는 총 489만1천684회 언급된 ‘세월호’였다. 세월호 참사는 1년 반이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를 무겁게 짓눌렀다. 관련어로는 ‘추모’ ‘기억하다’ ‘침몰’ ‘안전’ ‘분노’가 언급됐다.
‘메르스’는 431만9천515회로 두 번째로 언급량이 많았다. 연관어로는 ‘확산’과 ‘격리’ ‘의심’ ‘공포’ 등이 언급됐다. 3위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로 관련어는 ‘반대하다’ ‘올바른’ ‘논란’ ‘강행’ ‘나쁜’ 등의 순으로 나왔다. 4위는 국정원으로 연관어로 ‘의혹’과 ‘불법’이 언급됐다.
‘김치녀’ ‘된장녀’ 등 여성을 혐오하는 인터넷 남성 댓글부대를 미러링(똑같이 따라 함)한 메갈리아도 화제였다. 연관어로는 ‘여혐’이 많았다. 자신의 노력보다는 타고난 환경이 인생의 모든 것을 결정짓는다는 ‘수저론’도 온라인을 달궜다. 흙수저로 태어나 희망없는 이들은 대한민국이 신분제 사회였던 조선시대와 다를 바 없다며 ‘헬(hellㆍ지옥)조선’이라 했다. 관련어로 ‘미치다’ ‘열받다’ 등이 언급됐다.
우리는 누군가를 ‘혐오’한다는 말을 너무 쉽게 한다. ‘극도로 혐오한다’며 ‘극혐’이란 저주에 가까운 말을 퍼붓기도 한다. 예전엔 혐모의 감정이나 대상이 정부, 지역, 시설 등 단순했는데 지금은 성, 계급, 인종, 개인의 취향 등 복잡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서로가 서로를 적으로 인식하고 편 갈라 싸우는 모습이 마치 좀비 영화를 보는 듯하다.
한국사회가 혐오사회가 된 것은 자신의 욕망과 노력이 반영되지 않는 사회구조가 사람들 마음 속에 혐오감정을 키웠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현실을 극복할 뾰족한 방법이 없기 때문에 분노 등 부정적 감정이 팽배하다는 것이다. 혐오사회는 불행한 사회다. 함께 희망을 만들어 나가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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