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잃은 비보… 찰스 로드 ‘눈물의 투혼’

교통사고로 여동생 목숨 잃어 손목엔 추모글과 근조 리본도 인삼公, SK에 져 홈연승 제동

▲ 12일 안양서 열린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와 서울 SK의 경기에서 인삼공사 찰스 로드가 추모 메시지가 쓰인 손목보호대를 차고 있다. KBL제공
지난 12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서울 SK와 정규리그 홈 경기를 마친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 선수들 표정엔 침통함이 묻어났다.

프런트들은 경기가 끝나고 숙소로 돌아가는 선수들에게 “잘했어, 수고했어”라며 위로를 건넸다. 선수들의 표정은 변함이 없었다. 경기 후 웃음을 머금고 팬들과 인사를 나누는 모습도 이날만큼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말없이 숙소로 향할 뿐이었다.

 

인삼공사는 이날 SK와 경기에서 93대96으로 졌다. 올 시즌 홈에서 당한 첫 패배였다. 또 개막 후 홈 연승 행진을 12에서 마감한 순간이었다. 연장 끝에 아깝게 패했기에 그럴 만도 했지만, 선수들의 표정이 유독 어두운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인삼공사 선수단에는 비보가 날아들어왔다. 외국인 선수 찰스 로드의 여동생이 교통사고로 그 자리에서 숨졌고, 남동생은 중태에 빠졌단 소식이었다. 가족을 잃은 슬픔에 로드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김승기 감독대행은 “한 경기 이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미국에 가서 가족을 돌보라”고 했지만, 로드는 경기 출전 의사를 밝혔다.

 

인삼공사 선수단은 추모를 위해 근조 리본을 달았다.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유니폼 어깨부위에 검은 띠를 둘러맺다. 그리고는 필승의지를 다졌다. ‘이날 경기만큼은 꼭 이기겠다.’ 로드도 손목보호대와 농구화에 ‘R.I.H(Rest In Heaven)’이라는 문구와 함께 운명을 달리한 여동생의 애칭인 ‘Kizzy’를 새기며 마음을 다잡았다.

 

인삼공사는 슬픔을 잠시 미루고 코트를 누볐다.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이었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그들을 외면했다. 87대87로 맞이한 연장에서 인삼공사는 김기윤의 3점포로 기선을 제압했지만, 이후 SK 데이비드 사이먼에 연속 실점하고 종료 10초를 남기고 박형철에게 결승 자유투 2개를 헌납해 석패했다.

 

로드는 경기 종료 직전 동점 3점슛을 노렸으나, 공이 림을 외면하면서 고개를 떨궜다. 14점, 18리바운드, 2블록. 이날 로드의 활약은 부족함이 없었다. SK 박승리도 종료 부저가 울리자 로드에 다가가 위로를 건넸다.

 

인삼공사는 로드가 미국에 간다고 하면 언제든지 보내준다는 방침이다. 인삼공사 관계자는 13일 “로드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한 상황이다”라며 “가라고 떠밀 상황도 아니지만 오늘, 내일 중으로 로드에게 다시 권해보려고 한다”고 전했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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