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꾼 최순옥씨 “위안부 피해 할머니… 우리 가락으로 위로”

“병상에 계신 할머니들에게 한민족 정서가 담겨 있는 우리 가락을 들려 주면 눈언저리에 눈물이 쌓입니다. 그 모습에 가슴이 먹먹해 눈물바다가 됩니다”

 

우리 가락으로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재능기부를 하고 있는 최순옥씨(파주시 금촌동·60). 최씨가 나눔의 길을 걷게 된 데는 동료의 권유로 따라간 공연에서 받은 감동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3년여 전 대수롭지 않게 따라간 동료의 공연에서 관중석의 청중이 위안부 할머니들이라는 사실에 적잖이 놀랐고, 그분들의 인생역정을 듣고 나서 두 번째로 충격을 받았다.

 

최씨는 “‘고향’과 관련된 노래 한 가락 한 가락에 할머니들의 몸이 뒤틀리듯 고통스러워하고, 소리없이 흐느끼는 모습에서 가슴깊이 죄의식처럼 묵직한 마음이 들었지요. 하지만, 공연이 끝날 때쯤 할머니들의 모습은 고통을 잠시나마 내려놓은 듯 평온했다”라고 말했다.

 

최씨는 전국경기민요 경창대회서 대상·최우수상을 휩쓸 만큼 내로라하는 소리꾼이다. 하지만, 재능을 기부해야 한다는, 특히 위안부 할머니 앞에서 노래공연은 생각도 못했다.

 

일제 식민지 엄혹했던 시절을 겪어내야 했던 할머니들의 눈물이 최씨의 육성을 타고 흐르며 희망의 선율이자 고통을 치료하는 진통제 역할을 한다는 자부심이 생겼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공연에 임했다. 해마다 동료 명창과 함께 위안부할머니들을 찾아 ‘삶이 묻어나는’ 공연무대를 갖고 있다. 한발 나아가 자신의 소리에서 화려함도 뺐다.

 

어릴 적엔 그저 우리 소리를 좋아했던 어머니를 닮아 노래 잘하는 명창을 보면 순수한 말괄량이처럼 무턱대고 태평가, 창부타령을 불렀다. 그러면서 10여 년에 걸쳐 단단한 소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위안부 할머니를 청중으로 모시고 공연을 한 이후 최씨는 아픔을 가진 이들 곁에서 희망과 응원을 불어넣는 데 여념이 없다.

 

그래서 요양원, 복지관을 찾아다니며 그들을 위로하고 보듬는 노래봉사가 이젠 주된 일이 돼 버렸다. 바쁜 삶 속에도 후진을 양성에 열심인 최씨는 우리가락은 연습을 거듭할수록 폐활량이 늘어나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미소 지었다.

 

그는 “내년 가을 쯤 개인 발표회도 가질예정으로 항상 위안부 할머니앞에서 공연했던 위로와 아픔을 달래주는 따스한 마음자세를 잊지 않는 소리꾼이 되겠다”고 말했다.

파주=김요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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