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엄마(김선영 분)의 부업은 목욕탕 청소다. 아들(고경표 분)이 알아선 안 됐다. 몸 약한 엄마를 끔찍이 챙기는 효자라서다. 하지만, 비밀은 오래가지 못했다. 우연히 엄마의 부업을 알게 됐고 목욕탕을 찾아갔다. 아들의 눈앞에 엄마의 일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텅 빈 목욕탕에서 허리도 펴지 못하고 청소하는 엄마였다. 아들의 눈에서 폭풍 같은 눈물이 쏟아졌다. 아들의 대학 등록금 마련을 위해 고생하는 엄마였다. 아들은 계속 모르는 척, 철없는 척하기로 한다. ▶딸 보라(류혜영 분)는 서울대생이다. 지적 자만심이 교만에 이를 정도다. 데모를 하지 말라는 아버지에게 “아버지가 뭘 알아. 내가 뭘 잘못했어”라며 대들었다. 그러다가 잠복 중이던 사복경찰에 체포됐다. 그때 엄마(이일화 분)가 달려와 막아섰다. “우리 애는요, 가난해서 학원 못 보내도 공부 잘한 착한 앱니다. 나쁜 애 아닙니다.” 비를 맞은 엄마의 발에선 피가 흐르고 있었다. 결국, 딸은 눈물을 머금고 시위 생활을 정리한다. ▶아버지(성동일 분)는 모친상을 당하고도 태연했다. 조문객과 어울려 술 마시고 웃고 떠들었다. 딸(이혜리 분)의 눈에 여간 이상하지 않았다. 할머니의 죽음 앞에 태연한 아버지가 야속하기도 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눈물은 숨겨져 있었다. 미국에 있던 큰아버지가 뒤늦게 귀국했다. 그제야 아버지는 큰아버지 품에 매달려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형, 고생만 하다 간 우리 엄마 불쌍해서 어쩐대”. ▶주인집 아버지(김성균 분)는 철이 없다. 늘 TV 유행어나 입에 담고 사는 실없는 어른이다. 그런 그가 생일만 되면 우울해했다. 가족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생일 우울증’은 치료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우연히 발견된 녹음테이프를 들었다. 아들의 어릴 적 재롱이 담긴 테이프였다. 아버지가 말했다. “엄마 목소리. 엄마 목소리가 들린다.” 그제야 생일 우울증의 원인이 밝혀졌다.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응답하라’ 시리즈 3탄, ‘응답하라 1998’이다. ‘1997’ ‘1994’와 전혀 다르다. 앞의 것들이 되살리는 것이 젊은 날의 추억이었다면 ‘1998’은 젊은 날의 슬픔이다. 모두가 가난했던 시절의 슬픔, 가족을 떠안았던 아버지들의 슬픔, 자식에게 모든 걸 헌신했던 엄마들의 슬픔…. TV 앞에 40대 시청자들이 울고 있다.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지 모를 그때의 엄마 아버지를 생각하며 울고 있다. 여전히 가족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고개를 돌린 채 울고 있다. ‘실컷 울어라 1988’이다.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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