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곤, 조금 늦어도 괜찮아

데뷔 동기들에 비해 출전 적어 국대 출신·1순위 자존심 상처
“기본부터 하나하나 배우는 중”

문성곤 kbl제공.jpg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 신인 문성곤(22ㆍ194㎝)은 지난 10월 스포트라이트의 한가운데 섰다. 

그는 그달 26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5 프로농구연맹(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순위로 인삼공사에 지명됐다. 올해 고려대를 대학리그 우승으로 이끌며 정규리그 MVP에 선정되고, 국가대표에 뽑혀 국제 대회 경험도 한 그였다. 어찌 보면 1순위는 당연한 결과였다.

 

기대를 한몸에 받았건만, 문성곤은 두 달여가 지난 24일 현재 ‘안쓰러움의 대명사’가 됐다. 국가대표 예비 명단에 5명이나 이름을 올린 인삼공사에 그의 자리는 없었다. 9경기 출장에 평균 출전시간 5분3초. 신인드래프트가 처음 실행된 1998년 이후 1순위 출신이 이토록 코트를 밟지 못한 적은 없었다.

프로 데뷔 동기들과 비교하면 문성곤의 처지는 더욱 딱하다. 전체 2순위로 전자랜드에 입단한 한희원은 16경기에서 평균 20분 넘게 뛰었고, 3순위 송교창은 D리그에서 평균 33분46초로 원 없이 코트를 누비고 있다. 문성곤도 이들이 부러운지 “경기에 많이 뛰고 싶긴 하다”고 털어놨다.

 

김승기 인삼공사 감독대행도 이런 문성곤의 마음을 모르진 않는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고 못을 박는다. 김 감독대행은 “선수생활을 길게 봐야 한다. 경기에 출전해서 자기가 힘들다고 느끼면 성장하기 어렵다”며 “비시즌에 혹독하게 훈련시켜 잘 할 수 있을 거란 판단이 섰을 때 경기에 내보내겠다”고 밝혔다.

 

김 감독대행은 지난 비시즌 가드 김기윤을 집중 조련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끌어냈다. 코치 시절에는 부산 kt 조성민을 국내 최고 슈터로 키웠다. 그의 지도를 받았던 김기윤과 조성민은 “백지상태에서 기본기부터 시작해 모든 걸 새로 배웠다”고 입을 모았다. 

문성곤도 이들과 같은 인고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문성곤은 “슛, 드리블, 패스 등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다시 배우고 있다”며 “감독님께서 가르쳐 주신 동작이 무의식 중에 나와야 하는데, 아직 어색한지 바로 나오질 않는다”고 말했다.

 

2006-2007시즌 프로에 데뷔한 조성민은 4년이 지나서야 기량을 꽃피웠다. 올 시즌 국내선수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는 인삼공사 가드 이정현도 5년이 걸려 지금 자리에 올랐다. 조금 늦는다고 모든 기회가 날아가는 것도, 끝장이 나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천천히 돌아가는 게 좋다. 인생이 그렇듯 농구도 그렇다. 

조성필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