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크리스마스 선물

최원재 정치부차장 chwj7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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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크리스마스에 아들의 선물을 고르기 위해 아내와 고민을 했다. 역시 7살 남자 아이들의 대세는 레고시리즈다.

아이들이 레고에 빠지면 집안 거덜 난다는데 아들놈은 크리스마스 한 달 전부터 아빠, 엄마, 할아버지, 할머니, 이모가 사줘야 할 레고시리즈의 이름이 적힌 선물 목록을 전해 준다. 다행인 것인지 할아버지가 사야 할 선물이 제일 비싼 거다. 효자 놈 아빠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했는지 가장 저렴한 것으로 골라줬다.

 

미국의 UPTV가 최근 ‘메트로 애틀랜타 보이즈 앤 걸즈 클럽(Metro Atlanta Boys & Girls Clubs)’ 아이들을 대상으로 촬영한 영상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해당 클럽에 등록된 아이 10명 중 8명은 저소득층 가정으로 알려졌다. 

크리스마스 선물은 상상도 못하던 아이들에게 평소 자신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았으면 생각했던 물건과 부모님을 위해 마련한 선물을 눈앞에 내놓았다. 아이들은 기쁨의 몸부림을 쳤다. 그 순간 진행자가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자, 이제 너희는 너희를 위한 선물, 부모님을 위해 마련된 선물 중 하나만 택할 수 있단다” 아이들은 망설였으나 뭔가 결심한 듯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결정했다. 놀랍게도 아이들의 생각은 모두 같았다. 아이들은 자기를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포기하고, 부모님을 위한 선물을 선택했다. 아이들은 왜 부모를 위한 선물을 선택했을까. 이유는 간단했다.

 

파란 옷을 입은 소년은 “레고는 중요치 않아요”라며 “가족이 더 소중해요”라고 말했다. 소년은 “제게는 레고와 가족 중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이냐고 물어보신 거나 마찬가지예요”라고 덧붙였다. 이 장면을 가족들이 지켜보고 있었고 이들 모두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이번 크리스마스 역시 아들의 선물만을 생각한 내 모습이 부끄럽다. 아들의 제일 비싼 선물을 사게 된 장인어른과 장모님, 본가에 홀로 계신 어머니께 크리스마스 아침에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라고 전화 한 통 드려야겠다. 

최원재 정치부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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