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소녀상 모시기

김종구 논설실장 kimj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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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 계속 사죄와 속죄를 해야 한다’(와다 하루키ㆍ도쿄대 명예교수). ‘상대국의 마음을 완전히 풀리게 할 수는 없어도, ‘그만큼 사죄했으니 이제 됐다’라는 말을 들을 때까지 사죄해야 한다’(무라카미 하루키ㆍ작가). ‘여성을 차별하는 국민성이 있었고 이 때문에 식민지 여성을 동원하는 종군 위안부도 존재했으며 그 과정에서 범죄적인 수단도 발생했다. 앞으로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국민의 의식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오에 겐자부로ㆍ작가). ▶일본인도 용서 못 한 위안부 만행이다. 그 만행을 한국 정부가 용서한다. 한·일 양국이 28일 일본군(軍) 위안부 문제의 담판을 졌다. 합의된 핵심 3가지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 통감’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사죄·반성 표명’ ‘일본 정부 예산 10억엔 거출’이다. 위안부 존재 자체를 부정하던 아베 총리로부터 존재 인정과 사과까지 받아냈다. 현실적 배상책임이라 할 수 있는 금전적 지불 약속도 이끌어 냈다. 윤 장관은 “일본 정부가 앞서 표명한 조치를 착실히 실시하는 것을 기초로 이 문제가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해결될 것임을 확인한다”고 밝혔다. ‘다시는 거론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위안부 소녀상(평화의 소녀상) 철거다. 한국 정부의 입장은 “공관(公館)의 안녕과 위엄 유지 관점에서 (일본 측이) 우려하는 것을 인지하고 대응 방안에 대해 관련 단체와 협의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다. ‘관련 단체와 협의’라는 단서가 붙었지만 사실상 철거 내지 이전에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소녀상 철거 논의는 외무장관 회담 전부터 일본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우리 정부는 ‘절대 아니다’라고 했다. 결과는 일본 언론의 예고대로다. ▶첫 번째 위안부 소녀상은 2011년 12월 24일 주한 일본 대사관 앞에 세워졌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수요 시위가 1천번째를 맞는 날이었다. 지금은 미국에 9개, 일본에 1개가 있고 우리나라에는 24개가 있다. 해방 70년이 되어도 반성하지 않는 일본에 대한 항의의 상징이다. 그 소녀상이 탄생한 지 4년여만에 새로운 운명을 맞게 됐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반대하고 있다. 관련 단체들도 반대하고 있다. 총선을 앞둔 일부 정치세력도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소녀상은 이미 예술작품의 경지를 뛰어넘었다. 뻔뻔한 일본을 향한 국민적 울분을 대신하는 고귀한 상징물이다. 총리 사과문이나 일본 돈 10억엔과 바꿀 수 없는 역사성, 애절함이 묻어 있다. 철거는 안 될 듯하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도록 ‘모시는’ 방안을 찾아보자.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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