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천재 소년으로 잘 알려진 송유근군이 17세 나이로 받게 될 최연소 박사학위가 미국 천문학회로부터 ‘논문 표절’이라는 딱지를 받아 세계적 망신을 당했다. 물론 지도교수의 ‘최연소’ 조급증이 빚어진 것이 큰 원인이었지만 송군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아닐 수 없다.
여섯 살에 그 어려운 미적분을 척척 풀고 여덟 살에 대학을 입학한 송군은 지금 상황이야 어쨌든 천재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이번 논문 ‘편미분방정식’에 대해서도 자부심을 갖고 있으며 ‘과학자는 결과를 말할 뿐’이라는 흔들림 없는 자세를 갖고 있다. 지도교수의 논문을 인용하는 처리방식이 잘못되었을 뿐 논문의 본질에 대해서는 변함이 없다는 뜻인 것 같다.
배아줄기세포 조작으로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음으로써 온갖 수모를 다 뒤집어 쓰고 학계에서 죽은 줄 알았던 황우석 박사 역시 과학자는 결과로 말한다라는 자세로 요즘 다시 동물복제와 줄기세포 연구에 재기를 시작했다. 정말 그를 보는 우리의 눈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돌이켜보면 그에게도 우리는 너무 조급증을 보인 것 같다. 2004년 노무현 정부는 그에게 훈장을 수여했고 3부 요인에 해당하는 경호를 받게 했으며 2005년엔 과학기술부가 제1호 최고 과학자로 선정했다.
그리고 잇단 국제학술지 논문 발표 등 노벨상을 향한 고공행진을 계속하다 배아줄기세포의 논문조작으로 하루 아침에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져 부도덕한 사이비과학자로 지탄을 받았다. 그리고 이 조작 사실을 고발했던 류모 교수는 최근까지도 ‘노벨상과 권력에 대한 욕구가 빚은 결과’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 황우석 박사가 지난 달, 중국 최대 규모의 줄기세포 기업인 보야라이프 그룹이 황우석박사 연구진을 불러들여 세계 최대 동물복제 공장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들어가는 2억 위안(한화 359억원)이나 되는 사업비도 중국 측에서 전부 부담하며 공장이 완성되면 연간 도축용 소를 최대 100만개까지 생산하게 된다는 것이다. 소뿐만 아니라 마약 탐지견, 경주마도 생산하게 된다. 돼지고기 위주에서 고급 쇠고기로 입맛을 전환하는 중국인들에게 소의 대량 복제는 그 전망이 밝은 것 같다.
중국 말고도 황우석 박사는 리비아에서도 난치병 치료를 위한 줄기세포 연구 등 활동무대를 확보했으나 카다피 정권의 붕괴로 무산된 바 있다.
어쨌든 그의 연구열은 그런 혹독한 비난을 받고도 다시 일어서고 있고, 무엇인가 어떤 결과를 보여주기 위해 몸부림을 하는 것 같다.
그래서 황 박사의 수암 생명과학연구소는 서울대에서 나온 연구진이 처음 20명에서 지금은 70명으로 크게 늘어났고 그의 연구실적 중 세계가 인정하는 NT-1에 대한 7년간의 법정투쟁에서 승소하는 등 무언의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와같은 상황 변화를 말해주듯 지난번 김영삼 전 대통령의 장례 때에는 황박사의 문상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앞으로 참회하겠습니다.” 2006년 1월 이 말을 마지막으로 무대에서 내려왔던 황우석-그로부터 만 10년의 세월이 흘렀고 그도 60대 중반이 되었다.
그 참회와 국민에 대한 죄책감을 보상하는 차원에서라도 다시 일어서는 그가 무엇인가를 보여준다면 우리는 위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과학자는 결과를 말할 뿐이다.”
변평섭 前 세종시 정무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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