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아동학대

이선호 문화부장 lshgo@kyeonggi.com
기자페이지

세밑 발생한 인천 아동학대 사건이 대한민국을 씁쓸하게 하고 있다. 게임 중독에 빠진 30대 아빠와 동거녀, 동거녀의 친구는 11살 여린 소녀를 수년째 방치하고 학대했다. 앙상한 몰골의 소녀는 배고픔을 견디다 못해 탈출했고, 동네 구멍가게 등을 배회하다 주민의 신고로 수년간의 아동학대 사실이 세간에 알려졌다.

 

무려 2년 넘게 학교도 보내지 않고 제대로 먹이지도 않고 학대가 이뤄졌다고 하니 충격이다.

일반적으로 금지옥엽 키워도 모자랄 자기 자식을 부모가 학대할까? 의문을 품을 수도 있겠지만 우리사회의 실상은 다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아동학대 발생 건수는 1만27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0년에 비해 77.2%나 증가 했다. 특히 아동학대 가해자는 부모가 전체 건 중 81.8%를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아동학대 가해자 대부분이 부모라는 통계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자식을 소유물로 여기고 폭력을 훈육으로 포장하는 등 왜곡된 우리나라 교육관이 아동 학대를 키우고 있다고 보고 있다. 가정에서 은밀하게 자행되는 아동학대는 쉽게 드러나지 않아 장기간 학대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사회안전망이 제역할을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아동학대 예방과 피해 아동 보호를 위해 의사, 교사 등 신고 의무자를 지정하고 있지만 실제 아동학대를 의심하고 신고하는 것에 대해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사적인 영역인 가정사에 대해 참견하는 것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전통적인 인식 때문이다. 신고의무자의 신고율이 29%에 불과하다.

 

이번 인천 아동학대 사건에서도 드러났듯이 장기간 학교를 보내지 않았는데도 누구도 아이를 찾지 않았다. 정부는 장기결석 학생들에 대해 전수조사를 벌이는 등 아동학대 예방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여전히 미덥지가 않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실질적인 아동학대 예방 대책 등 사회안전망이 재정비되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고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에 대한 어른들의 관심과 사랑이다. 우리 모두가 아이들을 보살펴야 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이선호 문화부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