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公, 그들만 보면 ‘쩔쩔’… 기록에 답있다

스틸+속공 승리공식 모비스엔 ‘무용지물’… KCC 상대론 3점슛 난발

지난달 30일 안양 실내체육관. 창원 LG와 경기를 앞둔 김승기 안양 KGC인삼공사 감독에게 물었다.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팀이 어딘가요?” 김 감독은 기자들을 의식한 듯 “다 어렵다”고 겸손한 대답을 내놨다. 과연 그럴까.

 

농구는 상대성을 띄는 종목이다. 비슷한 전력을 지닌 팀들도 특정 팀을 상대로 전혀 다른 경기력을 보이곤 한다. 전문가들이 종종 ‘상성(喪性)’을 언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 감독이 이를 모를 리가 없다. 그래서 기록으로 찾아봤다. 인삼공사가 과연 어느 팀에 약한지 말이다.

 

기록으로 살펴본 결과 인삼공사는 울산 모비스와 전주 KCC에 약했다. 인삼공사는 이번 시즌 모비스, KCC와 4차례씩 맞붙어 1승3패를 기록했다. 3라운드 맞대결에서 이겼을 뿐 1, 2, 4라운드에서는 모두 패했다. 득실마진은 모비스에 -42점, KCC에 -44점. 경기당 평균 10점 차 이상으로 졌다는 얘기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모비스와 KCC는 농구색깔이 전혀 다른 팀이다. 그럼에도 이처럼 비슷한 약세를 보인 까닭은 무엇일까. 세부기록을 살펴보니 답이 나왔다. 약하다고 해서 똑같이 약한 게 아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삼공사는 KCC보다 모비스에 더 꼼짝 못했다. 모비스와 상성이 그만큼 안 좋았다는 이야기다.

 

올 시즌 인삼공사의 농구는 ‘도둑농구’로 요약된다. 강한 압박을 바탕으로 스틸을 노리고, 이후 속공으로 손쉽게 득점을 올리는 건 인삼공사의 ‘승리 공식’이다. 하지만 모비스와 경기에선 이런 모습을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스틸 부문에서 경기당 평균 7.25개로 모비스(8.25개)에 압도당했고, 속공 또한 3.25개로 모비스(4개)보다 적었다. 자신의 가장 강력한 무기가 무용지물이 됐으니, 인삼공사로선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KCC를 상대로는 자신의 강점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경기당 평균 스틸 10개를 기록하며 KCC(7.25개)를 몰아쳤다. 속공도 평균 7.25개로 KCC(3.25개)보다 4개가 많았다. 

그런데도 그토록 고전한 이유는 공격 효율성 때문이다. 인삼공사는 KCC를 상대로 유독 3점슛을 난발했다. 경기당 평균 30.5개나 쐈다. 그 중 림을 통과한 건 8.5개에 불과했으니 20번 넘는 공격기회를 허공으로 날린 셈이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수비는 안하고, 자신이 득점해서 이기려고 욕심을 부릴 때 가장 화가 난다”고 했다. 적어도 기록만 놓고 보자면 김 감독이 가장 속 태웠을 경기는 KCC전이었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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