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교단이 두려운 교사들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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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장래 희망직업으로 교사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학교진로교육 실태조사’에 따르면 고등학생의 경우 여학생의 15.6%, 남학생의 9%가 희망직업으로 교사를 꼽았다. 중학생도 여학생(19.4%)과 남학생(8.9%) 모두 희망직업 1위로 교사를 꼽았다. 초중고생 학부모들도 자녀의 희망직업으로 교사를 가장 선호했다.

 

반면 교사들의 직업 만족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꼴찌로 나타났다. 교사의 36.6%, 10명 가운데 4명은 직업을 다시 선택한다면 교사는 하고 싶지 않다고 대답했다. 교사가 된 것을 후회한다는 응답도 20.1%나 됐다. 학생과 학부모가 가장 선호하는 직업이 교사인데 정작 교사의 상당수는 교사라는 직업을 후회하고,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니 아이러니다.

 

지난달 23일 이천의 한 특성화고에서 학생들이 30대 남자 기간제 교사를 빗자루로 때리며 폭언을 했고, 한 학생은 보란 듯이 이를 촬영해 SNS를 통해 퍼뜨렸다. 수업시간에 교실 안에서 학생들에 의해 이런 폭행이 버젓이 자행된 것을 보면 상습적이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교사 빗자루 폭행’ 사건과 관련, 최근 교권 추락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다시 집중되고 있다. 교육부에 의하면 2010년부터 지난해 1학기까지 총 2만6천411건의 교권 침해가 있었다. 2010년 2천226건에서 2011년에 4천801건으로 두 배 이상 늘더니 2012년에는 7천971건이나 됐다.

2013년과 2014년에도 각각 5천562건, 4천9건이 발생했다. 유형별로 보면 폭언과 욕설이 1만6천485건(62%)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수업진행 방해가 5천538건(21%)이고, 폭행도 436건(2%)이나 됐다.

 

여교사 성희롱도 375건에 달했으며,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도 412건이었다. 학부모들은 학교에 찾아와 아이들 앞에서 욕을 하거나 소리치기 일쑤고, 심지어 따귀를 때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매 맞고 욕 먹는 이런 현실에서 교사들이 제대로 스승의 역할을 하기는 어렵다. 교사들은 험한 꼴 한번 당하고 나면 교육적 신념과 의욕이 모두 무너진다고 한다. 교사가 된 걸 후회하고, 교단에 서기가 겁나고, 교단을 떠나고 싶단다. 교사들이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더 중요한 건 교권 존중에 대한 밥상머리 교육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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