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행복의 강도와 빈도

어찌보면 우리는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항상 긴장과 불안 속에서 현재를 희생하며 살아가고 있다.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치열한 입시경쟁으로 힘든 생활을 하고 있으며, 대학을 마쳐도 원하는 직장에 들어가는 것은 쉽지 않다.

어렵게 얻은 직장에서는 오직 자녀교육과 노후준비를 위해 고달픔을 감내하며 생활하고 있다. 이처럼 학창시절은 오직 대학을 위해, 대학은 취업을 위해, 중년은 노후를 준비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지만, 노인들이 더 없이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통계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 삶의 대부분을 희생시키고 있다면 그것은 뭔가 잘못된 것이다. 인간은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그 영향은 오래 가지 않고, 모든 상황에 적응(adaptation) 해버리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생의 어떠한 긍정적인 사건도 우리가 기대하는 만큼의 행복을 주지는 않는다. 

로또 당첨이나 승진과 같은 긍정적인 사건은 그 소식을 듣는 순간에 최고조의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 짜릿한 행복감이 오래 지속되기는 어렵다. 

마찬가지로 교통사고나 가족사망과 같은 부정적인 사건도 그 일이 생긴 직후에는 모든 것이 끝나버린 것 같은 불행을 느끼지만 시간이 지나면 평소의 감정 상태로 되돌아온다. 그래서 행복은 대단한 성과에서 짧게 느끼는 기쁨의 강도(强度)가 아니라 삶의 과정에서 자주 느끼는 즐거움의 빈도(頻度)에서 찾아야 한다.

인간의 삶은 시간의 연장선상에 놓여있기 때문에 행복은 시간의 흐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과거의 행복한 추억은 현재를 행복하게 만들고, 밝은 미래전망은 현재를 꿈과 희망에 부풀게 한다.

 

프랑스의 철학자 파스칼은 목전의 행복을 보지 못하고 그것을 먼 미래에서 찾는 사람에게는 행복이 영원히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행복한 사람들은 미래를 위한 계획과 꿈들을 모두 이룬 자들이 아니라 현재의 작은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그 속에서 행복을 음미하는 비결을 터득한 사람들이다. 삶에서 만나는 일상의 작은 기쁨이나 즐거움을 소중히 여기며 더 많이 즐기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 이 순간, 현재의 행복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고서는 인생이 행복해질 수 없다. 바로 지금, 여기가 행복의 꽃을 피워야 할 시간과 장소이다.

 

정종민 여주교육지원청 교육장·성균관대학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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