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 부상·외국인 부진 악재 젊은 선수 성장 기대 못미쳐
6년 만에 6강 PO 탈락 위기
“위기다.” 프로농구 인천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이 지난 시즌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지은 뒤 본지와 인터뷰에서 언급한 말이다.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변변한 스타급 선수 하나 없이 5시즌 연속 6강 PO에 올랐는데 위기라니 참 아이러니했다. 당시 유 감독은 이같이 이유를 밝혔다. “전자랜드는 6강 팀이라는 인식이 굳어지고 있어요. 이제는 열심히 하는 팀이 아닌 잘하는 팀으로 거듭나야 할 때인데 걱정입니다.”
우려가 현실이 된 것일까. 이번 시즌 전자랜드는 정말 ‘위기’에 봉착했다. 열심히는 하는데 잘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올스타 휴식기에 돌입한 7일까지 전자랜드가 거둔 승수는 고작 11승(27패). 순위도 최하위다. 남은 16경기에서 모두 이긴다고 해도 승률은 겨우 5할에 턱걸이하게 된다. 올 시즌 6위권 팀들이 5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6강 PO는 사실상 물 건너간 셈이다.
분위기는 가라앉을 대로 가라앉았다. 기자들은 경기 전 라커룸에서 감독과 전력에 대한 얘기를 많이 나누곤 하지만, 유 감독에게는 안부를 묻는 말밖에 할 게 없다. 구단 관계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전자랜드가 이처럼 ‘날개 잃은 추락’을 하게 된 이유를 놓고 여러 이야기가 나온다. 정영삼, 이현호 등 주력 선수들의 잦은 부상 이탈, 전체 3순위로 뽑은 외국인 선수 안드레 스미스의 시즌 아웃 등 여러 악재가 겹쳤다는 시선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전자랜드의 부진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유 감독의 지도력이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도 언뜻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유 감독은 매 시즌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촉구해왔다. 박성진, 차바위 등은 유 감독이 밥 먹듯이 거론한 이름들이다. 그러나 이들의 성장세는 기대에 못 미쳤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유 감독이 언급한 정효근, 김지완의 성장도 더디다는 평가다. 유 감독은 “선수들이 지면서도 뭐가 잘못됐는지 느끼고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몇 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선수들에게 과도한 요구 같지만, 전자랜드의 현주소를 보고 있자면 꼭 필요해 보인다. 그만큼 전자랜드의 부진은 딱하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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