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그렇듯이 나 역시 새해가 오면 어김없이 ‘결심’이란 걸 한다. 결심이란 게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내 경우는 요 몇 년 간 한결같이 ‘살빼기’다.
여성 대다수가 경험했듯이 살빼기만큼 힘든 건 없다. 그래서 번번이 실패하지만, 시작할 때만큼은 의욕이 넘친다. 책상 앞에 평소 선망의 대상인 여배우의 사진( 2013년 잠실야구장 LG트윈스와 두산베어스 경기의 시구 자로 등장한 클라라)을 붙여놓고는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라는 주문을 왼다. 밥 생각이 날 때마다 마음을 다잡는데도 그만한 게 없다.
▶그동안 살빼기 결심만 셀 수 없이 해온 터라 관련 상식도 풍부하다. 포도부터 삶은 계란, 사과, 고구마 등 한 가지만 먹는 방법으로 살을 빼는 것부터 쇠고기만 먹는 황제다이어트에 이르기까지 한 번씩은 다 해본 것 같다.
그런데 다년간의 경험을 종합해 보면 운동 없이 살빼기란 불가능하다. 유산소 운동이 가장 좋다고는 알고 있지만, 운동량을 늘리기에는 역부족이다 보니 고육지책으로 택한 게 먹는 양을 줄이는 거다. 빠른 효과를 보려고 아예 저녁 거르기를 감행하는데 그게 오래갈 리가 없다.
▶살빼기에 실패하는 원인 중 하나는 자기 위안이다. 스스로 ‘통뼈’를 가졌기 때문에 웬만해선 표도 안 난다고 위로하며 몸무게가 조금 준듯하면 바로 그만둔다. 또 하나는 자책이다. 맛있는 음식을 보면 못 참는 성격 탓에 ‘나는 안 되는 사람’이라며 포기해 버린다.
또 하나는 자포자기하는 심정의 발로다. 이제껏 이렇게 살아도 문제없었는데, 이 나이에 누구한테 잘 보이려 먹는 즐거움까지 포기해야 하나 하며 급기야는 ‘먹다죽은 귀신 때깔도 좋다’는 속담까지 끌어와서는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비단 나뿐이겠는가. 새해 금연을 결심한 사람들도 이맘때쯤이면 내가 얼마나 더 살겠다고 하며 다시 담배를 꺼내 문다. 헬스클럽 회원권을 끊어놓고 며칠 열심히 러닝머신을 달렸더라도 귀찮아질 때다.
과도한 살빼기는 자칫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 실패한 게 오히려 다행이라고 올해도 위안을 삼으면 그만이지만, 금연 결심만큼은 실패해선 안 된다. 건강보다 중요한 건 없다. 요사이 주위에 아픈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
박정임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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