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병신년 버킷리스트

김규태 경제부 차장 kkt@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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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몇살이야?” 최근 들어 부쩍 말문이 트인 6살 딸아이가 요즘 자주 하는 질문이다. “아빤 38살이야”라는 답변이 “아빤 39살이야”라고 바뀐지도 어느새 일주일이 지났다. 아홉수에 걸렸고, 내년이면 불혹이다. 거참 벌써 40대를 바라보게 된다니 빠르게 흐르는 세월이 무섭기까지 하다. 

그래서 올해는 예년과는 달리 ‘금연’, ‘운동’ 등 틀에 박힌 새해 다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올 한해, 40대가 되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들을 적어 실천해보는 ‘올해의 버킷리스트(Bucket List)’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버킷리스트는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을 적은 목록’을 말한다. 버킷리스트는 2007년 개봉한 잭 니컬슨과 모건 프리먼 주연의 할리우드 영화 <버킷 리스트> 이후 유명세를 탔다. 이 영화는 암에 걸려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두 노인이 병원 중환자실에서 만나 각자의 소망 리스트를 실행에 옮겨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사람을 만나고 싶다. 취재현장이든, 지인의 소개 자리든, 출입처든 진심을 전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서로간에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메마른 만남은 피하고 싶다. 어려울 때 힘이 돼주고, 행복할 때 그 행복이 배가 될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이게 나의 병신년(丙申年) 버킷리스트 첫 소망이다. 

▶딸아이의 첫번째 친구가 되고 싶다. 기자라는 직업, 술자리의 연속이다. 그래서 행여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딸아이가 아빠의 빈자리를 느낄까 걱정스럽다. 이건 꼭 지켜야겠다. 짧은 시간을 같이 있더라도 진정성을 가지고 아이와 함께하는 1분, 1초에 집중해야 겠다. 딸아이가 “아빠, 나 어린이집에서 이런 일이 있었어”라는 말을 가장 먼저 해주는 첫번째 짝꿍이 돼야 겠다. 

▶올해는 20대 총선이 예정돼 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예비 국회의원들도 버킷리스트를 작성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자신을 위한 버킷리스트가 아니라 수저계급론으로 힘들어하는 청년들, 경기불황에 쓰러져가는 자영업자 등 서민들이 행복한 꿈을 꿀 수 있는 버킷리스트를 만들어보라고 말이다. 

김규태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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