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웰다잉법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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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고 잘 살자는 ‘웰빙(well being)’이 유행하더니 요즘은 죽음도 아름답고 품위있게 맞아야 한다는 ‘웰다잉(well dying)’이 화제다. 생의 ‘건강한 마감’을 뜻하는 웰다잉은 죽음의 문제를 무조건 회피할 것이 아니라 미리 준비해 삶을 잘 정리하고 평안하게 맞도록 하자는 것이다. 넓게는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거부하는 존엄사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두려워한다. 죽음을 외면하고 살다보니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 죽음에 가족이나 주변인들과 마무리도 못하고 이별하는 경우가 많다. 파생되는 문제도 많다. 

그래서 최근 정년을 맞이한 베이비붐 세대들은 인생 2막과 함께 아름다운 마무리에도 관심을 갖는다. 자녀들에게 짐이 되지 않도록 건강할 때 스스로의 죽음에 대해 고민하고 유언장과 사전의료의향서 작성, 장례나 납골당 준비, 상속 등을 마무리 한다.

 

건강한 삶을 최대로 유지한 나이를 건강수명이라고 한다. 한국인의 건강수명은 70.7세다.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81.2세임을 감안할 때 생을 마감하기까지 10년 정도 병치레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죽기 전 수년 간의 병치레는 자신은 물론 가족까지 힘들게 한다.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의 임종 기간만 늘리는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게 하는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일명 웰다잉법)이 8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로써 환자의 ‘자기 결정’에 따라 심폐소생술이나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등을 중단하고 존엄한 죽음을 맞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1997년 환자 보호자 뜻에 따라 연명치료를 중단했던 의료진이 살인방조죄로 유죄판결을 받은 보라매병원 사건 이후 18년 만에 존엄사를 법으로 인정한 것이다. 이 법은 2018년 1월부터 시행된다.

 

연명의료 중단은 회생 가능성이 없고, 치료해도 회복이 안되며, 사망이 임박한 환자만 가능하다. 임종기 환자 가운데 ‘사전연명의료의향서’나 ‘연명의료계획서’를 통해 연명의료를 원치않음을 밝혀 두거나, 2명 이상의 가족이 환자의 평소 뜻을 확인해주면 된다. 환자 뜻을 알 수 없다면 가족 전원이 합의해야 가능하다.

 

웰다잉법은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품위와 가치를 가진 죽음이란 무엇인가 등 ‘죽음의 질’을 고민하며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얻은 결과물이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생각하는 것, 이는 인생을 잘 사는 법에 대한 고민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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