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5층 객실에 있던 단원고 교사 김초원ㆍ이지혜씨는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4층으로 내려갔다가 구명조끼도 입지 못한 채 숨졌다. 하지만 두 교사는 ‘정규직’이 아닌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순직 대상에서 빠졌다.
당시 학생들을 구조하다 희생된 교사들은 모두 순직 처리됐지만 두 사람은 끝내 순직을 인정받지 못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과 헌신 자세는 정규직 교사와 다를 바 없었지만, 정부는 ‘현행법상 불가능하다’며 외면했다. 기간제 교사는 죽음조차 차별받고 있는 현실이다.
최근 이천의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30대 기간제 교사를 빗자루로 폭행하고 욕설을 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기간제 교사들의 처우가 주목받고 있다. ‘빗자루 폭행’을 당한 교사는 이번 사안을 적극적으로 문제삼지 않고 학생들의 선처를 요구했다. 제자들에게 폭행과 모욕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확산될 경우 계약해지 등의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 조용히 넘어가길 바랬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기간제 교사는 정교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휴직, 파견, 연수, 정직, 직위해제 등으로 정규 교사의 결원이 생겼거나 특정 교과를 한시적으로 담당할 필요가 있을 때 기한을 두고 임용한다.
교육부의 ‘2015 초·중·고 교사현황’에 따르면 전체 교사 37만6천355명 중 4만638명이 기간제 교사다. 9명 중 1명이 기간제인 셈이다. 지난해 초등과 중학교에선 기간제 교사가 전년보다 각각 1.4%, 1.0% 감소했지만 고등학교에선 1천200여명 늘었다. 이는 여성뿐 아니라 남성 교원도 육아휴직을 쓰는 사례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기간제 교사는 교육감의 발령을 거치지 않고 개별학교와 계약을 맺기 때문에 정교사 전환이나 계약 연장 등을 빌미로 과중한 업무를 떠맡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경우가 많다. 이렇다보니 학생들마저 기간제 교사를 차별하고, 심한 경우 폭력ㆍ폭언에 시달리는 교사도 있다. ‘기간제 교사를 때리는게 무슨 잘못이냐’는 SNS 게시물까지 등장할 정도다.
기간제 교사들은 계약직이라는 불안한 고용상황 때문에 학생들로부터 ‘스페어타이어’ 취급을 받는가 하면, 수업태도를 지적해도 무시와 모욕을 당하기 일쑤다. 여교사들은 성희롱도 당한다. 그래도 재계약 불안감 때문에 참고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간제 교사들이 학교 현장에서 더이상 차별과 부당한 대우를 받지않도록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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