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아름다운 나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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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지내며 습관처럼 페이스북을 들여다 본다. 자주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과 사는 이야기를 알리고 듣는 온라인 공간이다. 그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주커버그와 프리실라 챈 부부가 지난해 말에 우리들에게 훈훈한 감동을 주어서 화제가 되었다. 

자신의 딸이 태어난 기념으로 페이스북 지분 99%를 기부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기부액이 자그마치 450억달러, 한국 돈으로 치면 52조원 가량이라고 한다.

 

마크 주커버그 부부는 세상에 나온 딸 맥스에게 돈보다 귀한 사랑의 정신을 물려주었다. 기부의 이유를 담은 편지를 보내 “너를 사랑하기 때문만이 아니라, 다음 세대의 모든 아이들에게 도덕적인 책임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국의 다섯손가락 순위에 꼽히는 부자들의 기부행렬은 이밖에도 더 있다. 빌 게이츠는 이미 세 자녀에게 1천만달러씩만 주고 나머지 재산을 자선사업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투자자인 워런 버핏도 재산의 99%를 내놓겠다고 선언하였다.

 

부러운 일이다. 반면, 아직까지 우리나라 재벌들은 기부에 인색하다. 우리가 아는 큰부자들이 살아있을 때나 세상을 떠난 뒤에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과 공익을 위해 재산을 기부했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거의 없다. 오히려 자식들에게 자산을 물려주기 위해 갖은 편법을 써서 지탄받는 모습이 더 익숙하니 어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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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재벌들이 아닌 서민들이 어렵게 한푼 두푼 평생 모은 돈을 후세를 위해 내놓는 일이 종종 있다. 역 앞 지하도에서 김밥을 팔고 시장골목에서 떡볶이를 팔던 할머니들이 못 배운 게 한이라며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내놓는다. 

길거리에서 폐지를 팔아 사는 할아버지가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달마다 돈을 내고 국밥집 하던 피난민 할머니가 자신의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며 세상을 하직한다. 가난했던 이들이 가난한 이들을 돕겠다고 평생 못 먹고 못 입고 모은 피같은 돈을 주고 가는 눈물겨운 물림이다.

 

우리 사회는 알다시피 가족과 혈연 중심의 생활 관습이 뿌리깊게 내려왔다. 그래서 자신이 가진 재산을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것도 본능적으로 당연하고 정상으로 여긴다.

자식들은 어찌보면 부모가 땀흘려 모은 재산을 혈연이라는 이유로 고스란히 공짜로 물려받는 셈이다. 이제 이런 풍토와 관점을 한번쯤 뒤집어 볼 때가 되지 않았을까. 새해에는 아름다운 나눔 운동이 일어나길 기대한다.

 

최창의 경기교육희망네트워크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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