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년 이어진 大陸의 침략 역사
‘은혜의 나라’는 역사 속 착각
도를 한참 넘었다. 많은 이들이 그 출발을 1992년 국교 단절로 설명한다. 6·25 때 도와준 은혜를 배신한 한국에 대한 구원(舊怨)이라고 설명한다. 당시 대만인들의 구호도 그랬다. “우리는 당신들을 도왔는데 당신들은 우리를 배신했다”. 우리 사회도 그걸 당연히 받아들였다. 대만인의 반한 감정은 정당한 것이라 여겼다. 한국은 계속 얻어터져도 마땅하다고 여겼다. 그 후로 툭하면 태극기가 밟히고, 툭하면 한국 상품이 불탔다.
이제 한번 생각해보자. 대륙(大陸)은 우리에게 뭐였나. 늘 축복이고 은혜였나.
우리 역사 최초의 전쟁 상대는 연나라다. 기원전 332부터 321년까지 고조선을 침략했다. 기원전 107년경, 고구려의 첫 전쟁도 위나라와 연나라였다. 대륙의 마지막 침략은 1636년 병자호란이다. 기원전 332년부터 1636년까지 무려 1천968년이다. 이 긴 역사에 기록된 침략자는 모조리 대륙이다. 수(隋), 당(唐), 명(明), 청(淸) 등 모든 대륙의 지배자들이 한반도를 침략했다. 우리가 치를 떠는 일제(日帝) 36년보다 54배나 긴 세월이다.
대륙이 휩쓸고 간 한민족의 역사는 온통 피와 굴욕으로 범벅됐다. 대륙 침략이 있을 때마다 전리품은 여성이었다. 천민 여인, 양반 여인, 왕가 여인을 가리지 않았다. 어엿한 가정주부도 끌고 갔다. 대륙에서 돌아온 여인들은 ‘화냥년’-還鄕女-의 인생을 살아야 했다. 임금도 침략자 대륙엔 놀잇감이었다. 항복한 왕에게 ‘삼궤구고두’(三九叩頭)를 시켰다. 소리가 안 들린다며 머리를 짓눌렀다. 임금의 이마에서 피가 철철 흘렀다.
‘칸이 술 석 잔을 내렸다. 조선 왕은 한 잔에 세 번씩 다시 절했다. 칸이 휘장을 들추고 밖으로 나갔다. 바지춤을 내리고 단 아래쪽으로 오줌을 갈겼다. 바람이 불어서 오줌 줄기가 길게 날렸다. 칸이 오줌을 털고 바지춤을 여미었다. 다시 칸이 셋째 잔을 내렸다. 조선 왕은 남은 절을 계속했다.’-김훈 著 남한산성 중에서-
그랬던 대륙이 둘로 갈렸다. 모택동의 공산 중국과 장개석의 자유 중국으로다. 둘은 서로가 대륙의 적자라 자처한다. 적자(嫡子)란 ‘정실(正室)의 몸에서 태어난 아들’이다. 수ㆍ당ㆍ명ㆍ청의 아들이란 얘기다. 우리에게 1천968년의 고통을 안긴 대륙의 아들이란 얘기다. 화냥년과 삼궤구고두의 치욕을 안긴 대륙 역사의 아들이란 얘기다. 그런 대만이 1천968년은 쏙 빼고 3년(1950~1053년)만 얘기하고 있다. 그것도 24년째.
이제 바꿀 때가 됐다. 그런데 그들은 안 할 거다. 우리가 바꿔야 한다. 1천968년짜리 치욕의 역사와 3년짜리 빚의 역사를 정확히 계산해 내야 한다.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종잇조각 든 선수에겐 메달도 못 주겠다는 게 스포츠 정신 아닌가. 야구장에서 태극기 짓밟는 퍼포먼스에 항의해야 한다. 이유 없는 야유와 욕설에 항의해야 한다. 근거 없는 갑 질에 빠져 있는 국내 대만인들에게도 ‘주제를 지키라’고 일러줘야 한다.
‘JYP’를 왜 ‘IS 인질범’으로 모나. 대만의 연예 지망생을 발탁했다. 몸값만 30~40억원에 이르는 스타로 만들었다. 그 스타의 대만 국기 사진이 논란을 빚었다. 팬들이 항의하니 사과하도록 했다. 뭐가 잘못됐나. 연습생 발탁과 스타로의 육성, 뜻하지 않은 실수와 이에 대한 공개사과…. 지겹도록 봐오던 한국 연예계 일상이다. 그런데 왜 JYP만, 그것도 우리가 앞장서 잡아 돌리나. 지겹다 못해 역겨운 ‘대만 비위 맞추기’다.
영화 ‘광해’. ‘은혜의 나라’ 명(明)에 비단, 말, 처녀를 바치겠다는 신하들에게 광해가 분노한다. “적당히들 하시오, 적당히.” 400년을 훌쩍 뛰어넘은 2016년. 그 대륙의 적자 대만이 또 한 번 ‘은혜의 나라’를 자칭하고 있다. 그리고 거기에 비위를 맞추려는 우리 언론과 정부가 알아서 설설 기고 있다. 벌써 24년째다. 400년 전 광해의 호통이 되살아나야 할 순간이 됐다.
‘적당히들 하시오. 적당히’.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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