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한파(寒波)

이선호 문화부장 lshg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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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강원도 춘천 102 보충대로 입대하고 화천 훈련소에서 신병교육을 받을 때 일이다. 당시 한겨울 화천의 산하는 영하 20~30도를 넘나드는 매서운 추위가 기승을 부렸다.

말로만 전해 들었던 용변이 바로 얼어버리는 현상을 직접 체험하기도 했다. 훈련 중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입김과 흘린 땀방울 등이 찬공기를 만나면서 눈썹과 코 밑에 허옇게 서리가 내리기도 했다. 혹한의 추위 속에서 훈련을 받는 내내 국방부 시계는 어찌나 더디게 가던지….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

 

혹한기에 입대한 탓에 지금도 겨울이 되면 귓바퀴가 불거지고 가려운 가벼운 후유증이 남았다. 1월 군사훈련을 받을 당시의 한파는 내 인생 최악의 추위였다.

 

최근 연일 한파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한파주의보는 아침 최저기온이 전날 대비 10도 이상 내려가고 평년보다 3도 이상 낮을 때, 아침 최저기온 영하 12도 이하로 2일 이상 지속할 때 내려진다고 한다.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15도 이하 일대는 한파경보가 발령된다.

 

기온이 급강하할 때 내려지는 이 같은 한파특보는 이번 달에만 벌써 23차례 발령됐다고 한다. 이는 10년 동안 2위의 기록이다. 기상청은 이달 말까지 특보가 더 발령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측했다. 한반도를 덮은 이번 한파와 관련, 기상학자들은 지구 온난화와 관련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 같은 상황이면 겨울이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분위기다.

 

날씨뿐만 아니라 누리과정 예산 처리 문제로 준예산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는 경기도, 조직 내부 갈등이 표출된 경기문화재단 등도 한겨울 한파특보가 내려진 형국이다. 작금의 첨예한 갈등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결국 해결의 출발점은 도민들의 입장에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소통하는 것이다. 갈등을 갈등으로 끝내지 말고, 조직 발전의 초석으로 만들어야 한다. 1월 혹한의 날씨에 군 입대 한 당시에도 오지 않을 것 같았던 봄은 어김없이 오고, 꽃도 피었다.

 

이선호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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