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에 거주하는 이모씨 부부는 어려운 경제사정을 놓고 다투다가 서로 폭행, 경찰에 입건되는 등 모두 6차례 가정폭력 사건으로 경찰이 출동하는 소동을 빚었다.
지난해 11월 가정폭력 전담 경찰관은 이혼 위기에 내몰린 이씨 부부를 찾아 상담한 뒤 두 사람을 설득해 가정폭력 가정을 대상으로 가족사진을 찍어주는 ‘리스토어 프로젝트’에 동참시켰다. 함께 사진을 찍은 이후 이씨 부부는 별다른 갈등없는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달째 가정폭력 신고는 없었다.
경기지방경찰청의 ‘리스토어 프로젝트’가 가정폭력 재발 방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어 화제다. ‘리스토어(Restore)’는 회복하다, 되찾다, 복원하다라는 뜻을 가진 영어단어로 경기청은 가정폭력 피해를 경험한 가정에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되찾아주기 위한 특수시책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이를 추진하고 있다.
프로젝트는 가정폭력 가정에 가족사진을 찍어 액자에 담아 전달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가족사진을 보며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기고 화목한 가정을 이루기를 바라는 소망을 담았다.
처음엔 우려도 있었다. 서로 주먹과 욕설이 오가며 가족에서 남보다 못한 사이가 돼버린 가해자와 피해자가 함께 사진 촬영에 응할지, 또 효과가 있을지 걱정스러웠던 것이다.
경기청은 한 차례 이상 가정폭력 신고가 접수된 가정 중 관계회복이 가능한 것으로 판단되거나 당사자들이 희망하는 경우라면 모두 프로젝트 대상으로 선정했다. 그리고 가정폭력 피해자 보호활동 홍보 예산을 활용, 일괄 구입한 액자와 인화지를 각 경찰서에 보급했다. 사진 촬영과 액자 제작엔 한 가정당 5천원의 비용이 들어갔다.
리스토어 프로젝트 도입 4개월, 경기청 산하 28개 경찰서에서 가정폭력을 겪은 117개 가정에 가족사진을 찍어 전달했다. 가정폭력 피해 가정은 가족사진을 한번도 찍어보지 않은 차상위 계층이 많아 기대했던 것보다 효과가 좋았다. 이씨 부부처럼 더이상 가정폭력으로 신고하지 않는 가정도 생겼고, 가족사진을 받고 고맙다는 사람도 있었다. 단돈 5천원의 가족사진이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일깨워 준 것으로 보인다.
지갑 속에 가족사진을 넣고 다니는 엄마가 있다. 사무실 책상 한켠에 가족사진을 놓고 수시로 들여다보는 아버지가 있다. 핸드폰 바탕화면에 가족사진을 올려놓은 딸ㆍ아들이 있다. 이들은 가족사진을 보며 힘을 얻고 위로를 받는다. 따뜻함과 사랑을 느낀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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