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3점슛 “그땐 그랬지”

프로농구, 3점 슈터 기근현상 되풀이 수비전술 발달·기량 저하가 주원인

농구의 본고장 미국은 최근 ‘3점슛 신드롬’이 일고 있다. 3점포가 주무기인 스테판 커리(28·골든 스테이트)의 경기 방식이 화려한 개인기와 박진감 넘치는 몸싸움을 중시하던 기존 농구의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꿔놨다. 미국 고교생들 사이에도 공만 잡으면 커리처럼 외곽으로 빠져 3점슛을 쏘는 게 유행으로 자리 잡았다고 하니 그가 끼친 파급력이 어느 정도인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지난 시즌 미국프로농구(NBA) 정규리그 MVP를 차지한 커리는 올 시즌 42경기에 출전해 평균 4.9개의 3점슛을 터뜨리고 있다. 그런 커리를 보면서 국내 팬들은 부러움을 드러내곤 한다. ‘우리나라에도 저런 선수 한 명쯤 있었으면…’하고 말이다. 슈터 기근 현상과 맞물리면서 이런 부러움은 더욱 커졌다. 실제로 최근 국내 프로농구에서 슈터라 할 수 있는 선수는 부산 kt 조성민 정도뿐이다. 우리나라 대표 슈터 계보도 이충희-김현준-문경은에서 끊긴지 오래다.

 

사실 문경은 서울 SK 감독이 현역으로 뛰던 시절만 해도 슈터는 여럿 있었다. 양경민, 조성원, 우지원, 김병철, 양희승, 김영만 등 팀별로 간판 슈터 한 명쯤은 보유하고 있을 정도였다. 걸출한 3점 슈터를 2명 이상 거느린 팀도 있었다. 지금은 배구기사에서나 볼 수 있는 ‘쌍포가 터졌다’란 표현도 당시 농구 경기에선 심심치 않게 등장한 단골 멘트였다. 그러나 현재로선 ‘그땐 그랬지’하며 되새길 추억이 돼 버렸다.

 

기록도 3점 슈터의 기근 현상을 방증한다. 26일 현재 올 시즌 프로농구에서 경기당 가장 많은 3점슛을 터뜨리고 있는 건 안양 KGC인삼공사 이정현(2.28개). 2009-2010시즌 이후 가장 높은 수치라곤 하지만, 과거에 비하면 한참 못 미친다. 프로농구 출범 이후 문경은 SK 감독이 마지막 전성기를 구가하던 2005-2006시즌까지 현재 이정현보다 3점슛을 많이 터뜨린 선수는 매년 6~7명은 족히 됐다. 3점슛왕 타이틀도 경기당 3.5개 안팎으로 성공해야 거머쥘 수 있었다.

 

전문가들은 수비 전술의 발달과 외국인 선수에 의존한 골밑 위주 공격이 3점 슈터의 입지를 좁혔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국내 선수들의 기량이 그만큼 떨어졌다는 이야기가 더 설득력을 얻는다. 허재 전 감독은 “문경은만 해도 상대 수비를 반 박자 차로 깨뜨리고 돌아 나와 슛을 꽂는 전문 슈터였지만, 지금은 그런 선수들이 보이질 않는다”고 했다. 이상민 서울 삼성 감독도 “기본기를 갖추지 못한 선수가 너무 많다”며 “대학농구만 해도 ‘요즘 대학에서 슛 연습 안 시키느냐’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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