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개봉된 영화 ‘투모로우(원제 The Day After Tomorrow)’는 지구가 빙하로 뒤덮이게 된다는 재난영화다. 급격한 지구 온난화로 인해 남극과 북극의 빙하가 녹고 바닷물이 차가워지면서 해류의 흐름이 바뀌게 돼 지구 전체가 빙하로 덮이는 재앙이 올 것이라 경고한다.
북반구에 한파가 몰아치면서 뉴욕과 워싱턴 등지의 수많은 사람들이 고립돼 추위로 목숨을 잃는 모습이 그려졌다. 영화에선 상황이 순식간에 급변해 빙하기가 찾아온다. 실제 이정도 속도로 빙하기가 찾아올 가능성은 적지만 영화속 기상이변은 과학적으로도 현실가능하다는 학자들의 검증하에 만들어졌다.
지구 온난화가 북반구에 최강 한파를 불러왔다는 점에서 영화 ‘투모로우’는 최근의 상황과 너무 닮았다. 역대 최악의 눈폭풍과 한파를 보며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언급하고 있다. 설마가 현실로 다가오는 것같다고 우려한다. 이 영화의 포스터 ‘깨어있으라, 그날이 다가온다’라는 카피가 소름 돋는다.
기록적인 폭설과 한파가 미국ㆍ중국ㆍ일본ㆍ한국 등 전세계에 동시다발적으로 몰아치면서 많은 신조어도 등장했다. 최고 적설량 106.7㎝를 기록한 미국에선 최악의 폭설 사태를 표현하기 위해 눈을 뜻하는 ‘스노우’와 각종 부정적인 단어를 조합한 합성어들이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눈 폭풍을 눈과 고질라를 합친 ‘스노질라(Snowzilla)’로 부르고 있다. 영화 속 대형 괴수인 고질라처럼 어마어마한 크기의 폭풍으로 미국 전역에 눈이 내리는 느낌을 표현한 것이다.
눈과 최후 종말을 뜻하는 ‘아마겟돈’을 합친 ‘스노마겟돈(Snowmageddon)’이라는 말도 나왔고, 눈과 지구 멸망 또는 묵시를 뜻하는 ‘아포칼립스’를 합친 ‘스노포칼립스(Snowpocalypse)’도 오르내리고 있다. 모든 나쁜 일에 대해 오바마를 탓하는 분위기를 반영해 ‘스노바마(Snowbama)’라는 합성어도 나왔고, 눈과 쓰나미를 합친 ‘쓰노우나미(Tsnownami)’도 등장했다. 영하 48도까지 내려가는 살인적인 한파를 겪고 있는 중국에선 이번 한파를 ‘패왕(覇王)’급 한파라고 부르고 있다.
지구촌의 기후변화가 예사롭지 않다. 폭설, 홍수, 폭염, 가뭄, 태풍, 스모그 등의 끔찍한 천재지변이 지구촌 곳곳을 강타하고 있다. 기상이변은 지구가 인류에게 보내는 경고다. 더 늦기 전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영화속 이야기가 더이상 허구가 아니다.
이연섭 논설위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