直選교육감 6년, 대립과 갈등 6년
누리 논란·아동학대로 여론 악화
총선 결과로 직선제 사라질 수도
헌법재판소도 직선제의 손을 들어줬다. ‘교육감 직선제는 위헌이 아니다’라고 결론 냈다. 학부모와 교사 등 2,450명이 냈던 헌법소원이었다. 헌소를 제기했던 이유는 수학권과 수업권 침해다. ‘학생이 교육받을 권리와 교사가 가르칠 권리 등이 침해받고 있다’며 소(訴)를 냈었다. 이에 대해 헌재 재판관 전원이 ‘직선제는 합헌이다’고 했다. 작금의 교육감 직선제의 위치가 이렇다. 다수(多數)가 밀고, 합법(合法)이 받치고 있다.
그런데 피곤하다. 말할 수 없이 피곤하다. 직선 교육감 시대 이후 쭉 이랬다.
경기도민에게 직선 교육감이 선 뵌 게 2009년이다. 곧바로 도의회가 전쟁터로 변했다. 무상급식비를 달라는 교육감과 못 준다는 도지사가 붙었다. 보수와 진보로 갈라진 도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번갈아 점거했다. 학교급식 문제가 문화, 건설, 일자리, 인사 등 모든 행정을 주어 삼켰다. 그 해 그때만의 일이 아니다. 매년 다음해 예산을 짤 때만 되면 전쟁은 재발했다. 초대 직선 교육감 5년 내내 경기도정이 그렇게 휘둘렸다.
사람이 바뀌면 조용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이번엔 유치원ㆍ어린이집 전쟁이다. ‘주자’ ‘못 준다’는 입장만 바뀌었다. 이번에도 직선교육감이 중심에 있다. 누리 예산 편성 ‘0원’으로 불을 질렀다. 경기도를 준(準)예산 사태로 마비시켰다. 31명의 시장 군수를 정당별로 쪼갰다. 남경필 도지사의 연정(聯政)도 한 방에 무너뜨렸다. 학부모와 유치원장들을 길거리로 내몰았다. 여전히 혼란스러운 두 번째 직선교육감 시대다.
그 사이 학교와 학생은 뒤로 밀려났다. 장기 결석하던 11살 아이가 학대 끝에 탈출했다. ‘급식 천국’ 경기도에서 자란 아이인데 몸무게가 16㎏이다. 3년간 결석하던 또 다른 아이는 주검으로 발견됐다. 아빠에게 맞아 죽었고 시신까지 훼손됐다. ‘7일 이상 결석하면 조치해야 한다’는 규정은 규정일 뿐이다. 행정 공무원은 입건됐지만 ‘직선 권력’은 사과도 안 했다. 교육감 협의회는 아동학대 의제를 누리 예산 뒤로 밀어버렸다.
교육을 버리고 표(票)만 쫓는 직선 교육감제의 현실이다.
새누리당이 교육감 직선제를 폐지하고 싶은 모양이다. 토론회마다 내리는 결론이 직선제 폐지다. 이를 눈치 챈 여론이 지금까지는 막아왔다. 42%의 찬성으로 폐지의 ‘폐’ 자도 꺼내지 못하게 했다. 그런데 말이다. 이 여론이 달라질 수도 있어 보인다. 새누리당 선동 때문이 아니다. 누리 예산 파국을 지켜보며 유권자가 스스로 입장을 바꾸고 있다. 방치되는 학교와 죽어가는 아이들을 보며 학부모들이 분노하기 시작했다.
이제 그 존폐의 절벽이 4월 13일이다. 여당이 총선에 이기면 교육감 직선제는 사라질 것 같다. 국회 선진화법이 사라진 다수(多數)의 단두대에 제일 먼저 올릴 것 같다. 42%의 ‘존치’ 지지율? 말했듯이 여론은 변한다. “이념 싸움이나 하고 학생 방치하는 직선제 폐지하자”는 설문 돌리면 그걸로 끝이다. 지금의 이 난장판을 보고도 서명 안 할 유권자가 몇이나 되겠나. 많은 이들이 다시 직선제 폐지를 말하기 시작했다.
교육행정을 교육정치로 변모시킨 직선 교육감들. 학생과 학부모를 정치 투쟁의 볼모로 엮어 넣은 직선 교육감들. 어쩌면 저들이 스스로 잘못을 깨닫고 돌아오려 할 땐 이미 교육감 직선제가 역사 속 구(舊)제도로 기록돼 있을지 모른다.
김종구 논설실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