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KGC인삼공사 외국인 선수 찰스 로드는 경기를 앞두고 여유가 넘친다. 헤드셋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결전을 준비하곤 한다. 31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정규리그 서울 SK와의 6라운드 첫 경기에서도 그랬다. 로드는 언제나 그랬듯 헤드셋을 끼고 노래 가사를 흥얼거렸다.
김승기 인삼공사 감독은 그런 로드를 보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감독 속은 새까맣게 타들어가는지 모르고 저렇게 태평천하다.” 이어 김 감독은 “로드가 3라운드 때처럼 중심을 잡아줬다면 지금쯤 더 위에 자리하고 있을 거다. 로드가 여동생을 잃은 뒤 기복이 심해졌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인삼공사는 이날 경기 전까지 26승19패로 4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2위 고양 오리온(29승17패)와 승차는 2.5경기로 4강 플레이오프(PO) 직행을 위해선 한 경기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셈. 김 감독은 4강 PO 직행 여부는 6라운드 초반 4경기에서 갈릴 것이라고 했다. 그는 “만약 4연승을 거둔다면 2위 안에 들 수 있다”며 “오늘 경기가 첫 단추다. 로드가 다시 한 번 중심을 잡아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김 감독의 간절한 바람이 무색하게도 로드는 이날 경기에서 기대 이하의 모습을 보였다. 데이비스 사이먼을 수비에서 번번이 놓치면서 실점했고, 리바운드 싸움에서도 밀렸다. 로드는 사이먼에게 21점, 19리바운드를 헌납했다. 공격에서도 로드는 제 몫을 해주지 못했다. 사이먼에 막혀 외곽으로 밀려나면서 확률 낮은 외곽슛을 시도하는 경우가 잦았다. 로드는 30분가량을 뛰며 5점, 5리바운드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인삼공사는 고비처마다 3점포를 가동한 마리오 리틀 덕분에 승리를 거두고 6강 PO 진출을 확정했다. 하지만 로드의 부진 탓에 김 감독의 표정은 어두웠다. 그는 “선수들 스스로 신이 나서 농구를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특히 로드가 힘이 빠져 있다 보니 다른 선수들도 기가 죽은 것 같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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