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많은’ 30대 여성CEO 줄스(앤 해서웨이)는 창업 1년 반만에 직원 220명의 기업을 만드는 성공신화를 이뤄낸다. 그는 어느날 사회환원 사업으로 은퇴한 어르신들을 인턴으로 채용하는 시니어 프로그램에 선발된 ‘경험 많은’ 70세의 벤(로버트 드니로)을 비서로 배정받는다.
처음엔 부담스러워 잘 받아들이지 못했던 어르신 인턴. 하지만 40년간 대기업에서 직장생활하며 부사장으로 은퇴한 벤의 풍부한 경험과 성실함이 아직 사업과 인생에 서툰 줄스에게 많은 도움을 주면서 벤은 줄스의 멘토가 되어간다. 벤은 손녀뻘 CEO지만 가르치려 들지않고 연륜을 과시하지도 않는다. 대신 힘들어 눈물 흘릴때 손수건을 건네며 배려한다. 둘은 친구가 된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인턴’은 현세대와 구세대가 함께 어우러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 특히 노인을 잔소리 많고 고집 불통이 아닌, 긍정적 이미지로 그려 보기 좋았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우리나라도 일하는 노년층이 크게 늘었다. 50대는 물론 60ㆍ70대까지 아르바이트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기대수명에 비해 이른 은퇴로 노후에 할 일을 찾는 사람이 늘었고, 창업하기엔 자금이 부족한 중장년층과 생활비가 부족한 노년층까지 시간제 근무에 도전하고 있다.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천국’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50대 이상의 아르바이트 구직 이력서 등록 건수는 2만4천682건이다. 2010년 3천232건과 비교하면 5년새 663.7% 증가했다.
노년층의 알바 종류도 다양해졌다. 무임승차가 가능한 65세이상 노인을 고용해 택배업무를 하는 ‘지하철 택배’가 대표적 알바다. 운전직, 보안ㆍ경호ㆍ경비, 대형마트, 고객상담, 물류ㆍ창고 관리, 전화 주문ㆍ접수 등도 50대 이상이 선호하는 직종이다. 최근엔 커피숍이나 패스트푸드점, 편의점 등 젊은층이 주를 이루던 직종에도 노인과 장년층이 등장했다.
영화 ‘인턴’에서처럼 노년층 인턴을 채용하는 기업도 늘었다. 포스코ㆍCJ유한킴벌리같은 대기업들이 사회공헌 활동의 하나로 시니어 인턴제도를 운용한다. 만 60세이상을 시니어 인턴으로 채용하면 복지부가 6개월간 인건비의 50%를 지원한다.
고객을 직접 응대하는 점포에서 처음엔 중장년층 채용을 꺼렸으나 최근엔 풍부한 경험에 책임감도 커 고용주들이 선호하고 있다. 문제해결 능력도 뛰어나 고객서비스 만족도도 높단다. 우리도 ‘인턴’같은 영화 못찍으란 법 없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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