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도 ‘오성과 한음’을 기억한다. 수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따뜻한 이야기다. 그들의 재치와 해학은 사람사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정과 의리, 또 정치적 소신이 넘쳐났던 오성과 한음. 정치적 색깔은 달랐지만 자신만의 정치철학으로 신뢰를 쌓았던 명재상. 오늘날 정치인들이 본받아야 할 표상이다. 정치를 믿음과 해학으로 소화하며 풀어냈기 때문이다.
경기도와 도교육청, 도의회는 지난해말부터 예산전쟁을 이어가고 있다. 도민을 담보로 하는 위험한 싸움을 하고 있다.
누리과정 예산으로 촉발된 싸움은 결국 ‘부동의’로 귀결됐다. 일단 누리과정은 뒤로하자. 도의회가 올해 지사 핵심사업 예산을 0원 처리하자 도는 부동의란 카드를 꺼내 들었다. 예산증액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무려 376가지 항목에 이른다. 대부분이 민생 현안사업들이다. 물론 도가 취할 수 있는 조치다.
이런 사이 도와 도의회는 감정의 골이 크게 패였다. 사서건건 트집이고 파열음이다. 서로를 바라보고 있는 시각이 싸늘하다 못해 냉소적이다. 믿음과 신뢰가 추락된지 이미 오래다. 여야간 사정은 어떤가? 서로의 주장에 한치의 타협이 없다.
자기들의 생각이 맞다고 만 주장한다. 타협과 소통정치는 남의 이야기가 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여아 모두 연정에 대해 의문을 보낸다. 이럴거면 깨라는 이야기다. 이게 바로 경기도의 정치ㆍ행정 현 주소다.
누리과정, 준예산, 부동의는 이제 지을 수 없는 슬픈 기록이 됐다. 부동의 사태는 지금도 진행형이다. 분명 냉엄한 평가를 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일련의 사태는 하루빨리 끝나야 한다. 시간을 끌면 끌수록 도정과 도민피해는 늘어날게 뻔하다.
이제 싸움은 그만하자. 서로의 피로감도 만만치 않은 듯하다. 믿고 소통하는 분위기를 지금부터라도 만들어가자. 뒤늦게 나마 남경필 지사의 소통 행보가 다행스럽다. 의원 각자의 뜻을 자신의 그릇에 담아내야 한다. 또 신임 윤화섭 의장에 대한 기대도 크다. 사태 수습에 빨리 나서라는 지상과제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이럴테면 분명 2월 조기 추경도 가능하리란 생각이다.
‘오성과 한음’이야기가 새삼 떠오르는 지금이다.
김동수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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