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과 올해 초, 연이어 우울한 사건들이 터져 나왔다.
그 중에서도 직업이 기자인 필자 조차도 듣기 싫고, 보기 싫은 기사를 꼽으라면 단연 부천 초등생 시신훼손 사건이 아닌가 싶다. 배가 아파 낳은 친자식의 시신을 4년간 방치한 것도 모자라 시신이 있는 방에서 나머지 가족들이 치킨을 시켜 먹었다는 얘기를 듣고는 정말 기가 막히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얼마 뒤 또 다른 충격적인 사건을 접했다. 부모의 5시간에 걸친 구타로 여중생이 사망했는데, 그 시신을 11개월간 방치한 것도 모자라 시신이 부패하면서 나는 냄새를 없애겠다고 방향제까지 뿌려댔다는 얘기에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설 명절 하루 전날인 일요일(8일) 새벽,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어둠을 헤치고 경부고속도로를 탔다. 이른 시간인데도 귀성 차량으로 많은 구간들이 정체 현상을 빚었다. 매번 명절에 역 귀성에 나서는 어머니를 모시고자 올해는 바쁜 걸음을 재촉했다. 3시간 만에 어머니가 계신 대전에 도착했다.
어머니는 “기차 타고 가면 되는데 굳이 왜 힘들게 왔냐”고 타박했지만 싫지만은 않은 표정을 지으셨다. 그리고 언제 그 많은 음식을 준비하셨는지 전이며, 각종 밑반찬을 차에 실으셨다. 그리고 조수석에 타신 어머니는 수원에 도착할 때까지 곤히 잠드셨다. ‘자식이 뭐라고, 어머니는 가족을 위해 참 많은 것을 포기하시는구나’라는 생각에 눈시울이 촉촉해졌다.
▶공자와 맹자 등 성인으로 추앙받는 인물들은 가족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강조했다. 가족과 가정이 평안해야 만사가 제대로 이뤄진다는 말은 진리인 것 같다. 어느 날 아침 출근길에 와이프와 말다툼이라도 한 날은 하루 종일이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반대로 “오늘 하루도 수고하고, 사랑해”라는 말을 들으면 세상에 어떤 어려운 일도 가족을 위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그게 가족의 힘이다.
▶진짜 병신년(丙申年) 새해가 밝았다. 올해도 많은 일들이 생기겠지만, 앞서 언급한 반 가족적, 반 인륜적 사건들은 진심 일어나지 않길 바라본다. 세상 모든 가족이 행복한 스토리로 가득 찬 한해가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가족의 힘’을 보여주는 병신년을 만들어보자.
김규태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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