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 ‘메이드 인 피스’ 이대로 멈추나

[현장속으로] 불 안 휩싸인 일산 킨텍스 ‘평화누리명품관’
개성공단 폐쇄… 공동 브랜드·판매전시장 암울
당장 재고 떨어지면 ‘올스톱’ 수년 노력 ‘물거품’
성장가도 제동… “브랜드 지키기” 입주기업 사활

▲ 11일 킨텍스 개성공단 평화누리명품관에서 개성공단 폐쇄조치와 관련 이희건 경기개성공단사업협동조합 이사장과 입주업체 대표들이 현지상황 등을 알아보며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전형민기자
“이제 막 공동 브랜드를 만들어 성장하고 있는데 개성공단 폐쇄라니 눈앞이 캄캄합니다.”

 

11일 오전 11시께 일산 킨텍스 2전시장 1층 로비에 위치한 ‘개성공단 평화누리명품관’. 출입문에는 ‘연중무휴’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고, 그 외부에는 ‘메이드 인 피스(Made in Peace)’라는 영어로 된 문구가 선명히 적혀 있었다. 

매장 안으로 들어가자 재킷, 셔츠, 속옷 등 의류를 비롯해 화장품, 식품 등 다양한 제품들이 고객을 맞이했다. 여기에 있는 모든 상품은 경기지역 소재 7개 기업을 포함해 개성공단 입주기업 18곳이 협력해 만든 ‘시스브로(SISBRO)’라는 공동 브랜드로 판매된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이후 질 좋은 제품을 싸게 만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매출이 월평균 1억원 가까이 오르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매장 관계자는 “킨텍스를 찾는 관람객들이 오며 가며 많이 찾고 품질이 좋아서 브랜드 매출이 점점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과 북이 형제·자매라는 의미로 지어진 공동 브랜드 ‘시스브로’와 이를 판매하는 ‘평화누리명품관’. 그러나 개성공단 폐쇄로 말미암아 ‘연중무휴’와 ‘메이드 인 피스’를 더는 지키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입주기업들이 개성공단 이외에 생산라인을 따로 갖추지 않아 생산이 멈춰버린 상황에서 재고 물량이 떨어지면 매장을 더는 운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년간 공을 들여 만든 공동브랜드와 판로가 일제히 물거품이 돼버릴 처지에 놓인 것이다.

한 입주기업 관계자는 “업체들끼리 공동 브랜드를 구축하고 상설 전시장이 운영되면서 무척이나 고무돼 있었다”면서 “개성공단에서만 생산이 가능한데 제품을 만들지 못하면 아무리 성장 가도에 있었더라도 기업 문을 닫아야 하지 않겠는가”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에 평화누리명품관을 운영하는 경기개성공단사업협동조합은 이날 오후 2시 킨텍스에서 비공개회의를 열고 아웃소싱, 해외 발주 등을 검토하며 앞으로의 대책을 논의했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실적으로 생산라인을 회복할 근본적인 대안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이희건 경기개성공단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개성공단 폐쇄한다고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그만둘 지 의문스럽다. 기업들만 다 죽이는 결과”라고 비판하면서도 “막막하고 불안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다. 잠깐 숨을 고르는 시간이라 생각하고 개성공단 브랜드를 지키는데 입주기업들의 힘을 모으겠다”고 강조했다. 

이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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