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모든것 놔두고 떠나라”… 빈손으로 쫓겨났다

‘개성공단 철수’ 입주기업들은

입경하는 차량들 정부가 북한의 장거리로켓(광명성4호) 발사에 대응해 개성공단 조업 전면 중단 결정을 내리면서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철수가 시작된 11일 짐을 잔뜩 실은 차량이 파주시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과해 입경하고 있다. 오승현기자

"북한 관계자가 다짜고짜 나가라고 해 영문도 모른 채 쫓겨나왔습니다"

11일 밤 10시께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는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앞서 오후 5시30분께 북측이 '개성공단 체류인원 전면추방'을 발표하면서 쫓기듯 개성공단을 빠져나온 남측 체류인원 281명이 한꺼번에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운영 중단 조치에 따른 단계적 철수를 위해 체류하기로 했던 인원이다. 그러나 북측이 갑작스레 '개인 물품만 가지고 나가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면서 추방됐다.

 다급하게 CIQ를 빠져나오던 한 입주업체 관계자는 "물건을 하나라도 더 챙겨 나오려는 것을 북측에서 막는 탓에 챙길 수가 없었다"며 "당황스러웠지만 그래도 차분한 분위기에서 (추방이) 진행됐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 관계자를 비롯해 대다수는 모두 양손이 비어 있었다.

취재진들이 나오는 이들을 붙잡고 '추방당하는 현재의 심정이 어떠냐'고 묻자 하나같이 "참담할 따름"이라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들은 정부의 갑작스러운 발표에 따른 기업들이 입는 피해에 대해 책임을 지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발을 만든다는 부천의 A업체 대표는 "생산된 신발 들 중 3~4% 정도밖에 챙기지 못했다"며 "정부가 (개성공단 폐쇄와 관련해) 사전에 기업들에게 공지를 해줬다면 미리 물건을 챙겨 그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한 처사가 안타깝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카메라 렌즈를 제조하는 인천의 B업체 관계자는 "개성공단에 입주한지 한 달도 안됐는데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에 앞으로 기업운영이 막막하다"며 "족히 수십업원은 피해본 상황에서 정부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적극적으로 대책마련에 나서야 하는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또한 추방 발표 이후 나오는 시각이 왜 늦었는지에 대해 묻자 "원래는 오후 7시에 나가려 했지만 인원 체크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지체됐다"며 "그동안 같이 일했던 북측 직원들이 추방을 진행한 관계로 국민들이 우려하던 강압적인 상황은 연출되지 않았다"고 추방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그 외 추방 당시 북한 군이나 북한 근로자들이 별도로 보이지 않은것으로 알려졌다.

개성공단 내 입주업체 관계자 대다수가 하루종일 제대로 된 밥 한 끼도 못한 것으로 알려지며 짐 챙기기에만 정신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밤 늦게 CIQ에 도착한 업체 관계자들의 얼굴에는 과도한 긴장감으로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CIQ가 한밤중에 한꺼번에 쏟아진 인원들로 북새통을 이루며 입주 관계자들은 밤 10시30분이 훌쩍 넘어서야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었다.

CIQ를 벗어나는 버스에 몸을 실은 한 입주업체 관계자는 "추방소식을 접하고 혹시라도 이곳에 억류되거나 북측과 마찰이 생길까 두려웠었지만 다행히 별일 없이 남한으로 돌아왔다"며 "그러나 안전하게 이곳을 빠져나간다는 안도도 잠시, 앞으로 어떻게 먹고살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김요섭·조철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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