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성 기형 소두증(小頭症)의 원인으로 알려진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남미에서 기승을 부리던 지카 바이러스가 기존에 발생한 적이 없는 새로운 국가들로 급속히 확산되자 세계보건기구(WHO)가 비상사태까지 선포했다. WHO는 올해 이 바이러스 감염자가 4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임신부가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뇌가 정상보다 작은 아이를 낳고, 희귀 신경 마비증인 길랭-바레 증후군에 걸릴 수 있다. 증상이 가벼워 누가 감염자인지 알기 어렵고 수혈과 성접촉으로도 전파된다. 이 바이러스에 사망한 사람도 나왔다.
지카 바이러스 발병의 중심지인 브라질에서는 최근까지 소두증 의심사례가 5천건 이상 보고됐다. 이대로라면 오는 8월 리우올림픽이 제대로 치러질지 염려스럽다. 남미와 미국, 유럽을 넘어 동남아와 중국에서도 지카 바이러스 감염자가 나오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언제 감염자가 나올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매개는 이집트숲 모기다. 때문에 지구촌은 새해부터 모기와의 전쟁을 치루고 있다. 우리나라는 한 겨울이라 다행히 모기가 없는 상태지만 지방자치단체마다 혹시 모를 모기에 대비해 방역에 철저를 기하고 있다. 어느 지자체는 ‘모기 신고센터’까지 운영하고 있다. 메르스에 된통 당해서인지 당국이 모기의 위험을 대하는 태도는 나쁘지 않다. 감염병은 늘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둬야 한다.
모기는 인간에 끼치는 피해만 놓고 본다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생물이다. 전 세계에 3천500종의 모기가 있다. 그 가운데 사람의 피를 빠는 종은 100~200종 정도다. 해마다 모기가 옮기는 말라리아 등에 걸려 죽는 사람은 100만명이 넘는다. 지카 바이러스 감염증뿐 아니라 뎅기열, 말라리아, 황열 같은 감염병은 모두 모기로 전파된다. 어린이에 치명적인 일본뇌염 또한 모기가 전파하는 급성 바이러스성 전염병이다.
지카 바이러스의 창궐은 지구 온난화가 원인이라고 한다. 현재 우리나라엔 이집트숲 모기가 살지않고 감염자가 없지만 장기적으론 기후변화와 함께 한반도에 상륙하지 말란 법도 없다. 제주도에 분포하고 수도 많지않은 흰줄숲모기가 번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몸무게 3㎎의 모기가 지구촌을 뒤흔들고 있다. 지카 바이러스의 치료제와 백신은 아직 개발되지 않은 상태라 더 공포스럽다. 최선은 ‘조심 또 조심’하는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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