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씨는 지난해 8월 아파트 앞 공원에서 일광욕을 하려고 윗옷을 벗었다가 경찰로부터 범칙금 5만원을 부과받았다. 경범죄 처벌법의 ‘과다노출 금지’ 조항을 위반해서다.
이 조항은 ‘여러 사람 눈에 뜨이는 곳에서 알몸을 지나치게 내놓거나 가려야 할 곳을 내놓아 다른 사람에게 부끄러운 느낌이나 불쾌감을 줄 경우’ 10만원 이하 범칙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을 담고있다. 하지만 김씨는 범칙금을 내지 않았다. 즉결심판에 넘겨져 벌금 5만원을 받았는데도 불복하고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신체 과다노출은 오래 전부터 경범죄 처벌 대상이었다. 예전엔 파출소 순경이 길 가던 젊은 여성들을 붙잡아 미니스커트가 무릎 위 몇 ㎝인지 잣대로 쟀다. 속이 들여다보이는 옷도 처벌 대상이 됐다. 지금처럼 과다노출 금지 조항이 바뀐 것은 2013년이다.
이젠 아슬아슬한 미니스커트도 별 문제가 안된다. 여름철엔 배꼽티나 탱크톱같은 차림을 흔히 볼 수 있다. 예전에 처벌했던 ‘반투명 옷’은 ‘시스루 룩(see through look)’이라는 패션이 됐다. 그럼에도 과다노출의 기준은 예나 지금이나 애매모호하다.
김씨 사건을 맡은 울산지법 형사6단독 성원제 판사는 경범죄 처벌법상의 ‘과다노출 금지’ 조항의 위헌 여부를 따져 달라며 헌법재판소에 위헌 심판을 제청했다. 과다노출 금지가 헌법 심판대에까지 서게 된 것이다.
성 판사는 “해당 조항 가운데 ‘지나치게’ ‘가려야 할 곳’ ‘부끄러운 느낌’ ‘불쾌감’ 같은 대목이 모두 모호하고 추상적이어서 형벌의 명확성 원칙에 반(反)한다”고 했다.
또 “조항만 보면 미니스커트나 배꼽티와 같이 어느 정도 신체가 노출되는 옷을 입은 경우에도 처벌되는지가 불분명하다”며 “노출에 대한 판단은 상황마다 다를 수 있는데, 이 조항은 시대에 따라 변하는 유행과 개성, 취향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어 문제”라고도 했다. 성 판사의 말대로 ‘가려야 할 곳’ 등에 대한 기준이 모호해 경찰이 자의적 단속을 할 수 있다.
노출이 심하면 음란이다. 하지만 아름다움이란 주관적인 영역이고, 옷을 입거나 벗는 것 또한 표현의 자유에 속한다. 솔직히 남자들의 과다 노출은 꼴불견이다. 반면에 여성들의 노출은 때로 자기 정체성과 연결돼 있다. 당당한 자기표현 수단, 기존 질서와 권위에 대한 도전, 자기애의 발현일 수 있다. 어쨌든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릴 지 자못 궁금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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