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영화 ‘귀향’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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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귀향’은 불편한 영화다. 보면서 많이 힘들다. 아프다. 그럼에도 우리가 꼭 봐야하는 영화다.

‘귀향’은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했다.

영화의 각본과 연출, 제작을 맡은 조정래 감독이 지난 2002년 나눔의집 봉사활동을 통해 만나게 된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을 토대로 만들었다. 조감독은 강일출 할머니의 그림 ‘태워지는 처녀들’을 접하고 충격을 받았고, ‘귀향’의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이 그림은 1943년 일본 순사들에 의해 중국 지린의 위안소로 끌려간 강 할머니가 모진 고초를 당하다 전염병에 걸리자 일본군이 자신을 불태워 죽이려했던 장면을 기억하며 그린 것이다. 나눔의집에서 만난 위안부 할머니들은 “꼭 세상에 알려달라”는 간곡한 부탁을 했다. 조 감독은 그 부탁을 가슴에 깊이 새겼다.

 

“타향에서 돌아가신 20만 명의 억울한 영령들을 넋으로나마 고향의 품으로 모셔와 따뜻한 밥 한술 올려드린다는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조감독은 아픈 역사이지만 기억해야 할 역사이기에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뜻을 굽힐 수 없었다.

 

영화는 개봉까지 무려 14년이 걸렸다. 소재가 위안부 할머니들이다 보니 투자자 찾기가 쉽지 않았다. 결국 국민을 대상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하게 됐고, 7만5천270명의 참여로 11억6천여만원이 모금됐다. 제작비의 50%가 넘는 금액이었다. 시작은 조정래 감독이 했으나 마지막은 국민이 함께 했다. 배우와 스태프들도 재능기부를 했다.

 

개봉이 임박해서 상영관 확보에 난항을 겪자 온라인 청원이 이어졌고, 대형 멀티플렉스 체인들이 동참하면서 500개 넘는 스크린을 잡을 수 있었다. 무사하게 개봉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관객의 뜨거운 성원이 굳게 닫힌 극장문을 열었다. 24일 개봉 첫날엔 헐리우드 영화를 제치고 15만명이 넘는 관객을 모으며 흥행 돌풍을 예고했다. 모두 국민의 힘이다.

 

포털사이트와 SNS에선 “실화라서 가슴이 더 먹먹했다” “잊지 말아야 할 아픈 역사다” “진실은 억지로 지울 수 없는 것 같다” “아베총리도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는 등의 관람 소감으로 위안부 할머니들의 진실과 아픔에 응답했다. 영화 ‘귀향’의 힘으로 일본이 위안부 할머니 앞에 사과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영화 ‘귀향’은 아프지만 좋은 영화다. 스토리도 탄탄하고 배우들의 열정과 연기도 훌륭하다. 이 영화를 적극 추천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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