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일승 오리온 감독
김승기 인삼공사 감독
4강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개막을 하루 앞둔 프로농구 감독들은 모두 여유가 넘쳐 보였다. 밝은 표정에서 출사표를 던지는 모습 뒤로는 굳은 결의가 묻어났다. 6일 서울 한국농구연맹(KBL) 센터에서 열린 4강 PO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행사에 참가한 4개 팀 감독과 선수들은 이처럼 겉으론 웃고 있지만, 진짜 웃는 게 아니었다.
■ 김승기 감독 “제대로 붙어보겠다”
7일 적지에서 정규리그 우승팀 전주 KCC와 맞붙는 김승기 안양 KGC인삼공사 감독은 “누가 이기든 승리 뒤 정말 기분 좋았으면 한다”며 “팬들이 명승부였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이번에 제대로 한 번 붙어보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3일 열린 6강 PO 미디어데이에서 밝힌 각오보단 다소 강도가 약한 출사표였다. 당시 김 감독은 “6강 PO 상대인 삼성의 공격을 봉쇄해 승부를 3차전에서 끝내겠다”고 했다.
숨겨놓은 발톱이 있었다. “삼성과 6강전에서 너무 터프한 경기를 했다고 욕을 먹었다”라고 운을 뗀 김 감독은 “사실 수비는 터프하게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이 자리까지 오른 모든 팀들의 수비가 그렇다”며 4강에서도 특유의 압박수비를 펼칠 생각임을 에둘러 밝혔다.
인삼공사는 이번 시즌 정규리그에서 KCC와 여섯 차례 붙어 1승5패로 열세를 보였다. 하지만 단기전인 PO는 다르다. 김 감독은 “5차전까지 간다고 생각한다”며 “코치로서는 내가 추승균 KCC 감독보다 플레이오프 경험이 더 많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시즌 초반 악조건에서 시작했다. 선수들이 모든 면에서 열심히 해줬고 잘 버텨줘 4강까지 올랐다”며 “이번에도 제대로 한 번 붙어보겠다”며 재차 각오를 다졌다.
김 감독과 자리를 함께 한 센터 오세근 또한 “신인 때 이후 첫 플레이오프다. 하위권으로 내려가 보기도 한 만큼 이번에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정규리그 1위 KCC를 맞아 도전자 입장에서 열심히 준비했다. 6강에서보다 좋은 경기력으로 팬들께 보답하겠다”면서 “KCC를 먼저 이기고 더 좋은 목표를 향해 달려가겠다”고 덧붙였다.
■ 추일승 감독 “모비스, 이제 내려올 때가 됐다”
추일승 고양 오리온 감독은 4강행을 확정 지은 지난 1일 원주 동부와 6강 PO 3차전 직후 “(5번 우승한 모비스의) 유재학 감독이 이제 우승을 그만 할 때도 됐다”는 선전포고를 했다. 이날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이에 대해 언급하며 “추 감독은 꼭 올라가야 하니 부담감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 일이 마음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유 감독의 도발에 추 감독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추 감독은 “한국농구 발전을 위해서라도 우리가 이겨야 하지 않겠나. 유재학 감독은 이제 식상하다. 시청자들이 채널을 다 돌린다”면서 “양동근도 언제까지 MVP를 할거냐. 이번 기회에 우리 팀 승현이가 갈아치워서 ‘이승현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동갑내기 친구사이인 추 감독과 유 감독은 이처럼 유쾌하면서도 뼈가 있는 설전을 벌이며 이날 미디어데이 현장을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이들은 1963년생 동갑내기로, 지난 1986년 실업농구 기아자동차의 창단멤버다. 지도자로서는 2006-2007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었지만, 당시는 유 감독의 모비스가 추 감독이 이끄는 부산 KTF(현 kt)를 4승3패로 제압했다.
동갑내기 두 감독의 9년 만의 PO무대 재회. 유 감독은 “6강 PO에서 분명히 오리온이 올라올 줄 알았다”며 “오리온을 생각하고 많은 연습을 했다”고 밝혔다. 추 감독 역시 “플레이오프를 준비하면서 동부보다는 모비스에 초점을 뒀다”고 했다. 치열한 승부를 예고한 두 수장의 4강 PO 첫 대결은 오는 8일 울산 동천체육관에서 벌어진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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