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염태영·이재명 戰-Ⅱ

김종구 논설실장 kimjg@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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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挑發)은 이재명 성남시장이 했다. “피투가 피 튀길지도… 염태영 수원FC 구단주님 혹 쫄리시나요? 성남 첫 원정경기 상대가 수원FC인데 수원에서 만납시다.” 염태영 수원시장이 반격했다. “예 고대하고 있슴다. 우리는 막내로서 별 부담없는데, 시즌 시작 직전까지 외국선수 영입해야 할 정도로 걱정되시나요? 축구 명가 수원에서 멍석 깔고 기다리겠슴다.” 2일 SNS에서 시작된 염태영 대 이재명 전쟁이다. ▶3일 뒤 이 시장이 재공격에 나섰다. “성남 수원시민 여러분과 염태영 시장님. 축구팬들이 수원fc:성남fc 개막전 내기로 ‘이긴 시청기를 진 시청에 걸기’ 하라는데 어떨까요”. 염 시장이 재반격했다. “이재명 성남시장님 쎄게 나오시네요^^ 축구팬들이 원하시고 즐거워하신다면 좋습니다. 한번 해보지요.” 이러는 사이 19일 열리는 수원FC 와 성남FC의 축구 경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프로축구 열기를 두 시장이 만들어 가고 있는 셈이다. ▶평가는 갈린다. 이재명 시장이 이겼다는 평이 있다. 이 시장은 내로라하는 ‘SNS 고수’다. ‘도발’이라는 발상부터 이 시장이 유리한 게임이었다고 평가한다. 염태영 시장이 이겼다는 평도 있다. 염 시장의 이미지는 ‘바른 생활’이다. 그의 SNS도 늘 신중함과 법식을 차린다. 그런데 이번엔 SNS식 언어를 선택하며 응수했다. 또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계기로 삼았다는 평이 나온다. ▶둘은 경쟁자다. 양대(兩大) 도시의 수장이라는 점이 그렇다. 또 다른 정치 세상을 꿈꾼다는 점도 그렇다. 둘의 생각과 상관없이 시민들이 그렇게 싸움을 붙여간다. 그런 둘이 누리 과정에서 처음으로 충돌했다. 염 시장이 ‘시민을 위한 우선 지원’으로 치고 나가자, 이 시장이 ‘국가 책임의 지방 전가 반대’로 맞받았다. 주변에서는 올 것이 왔다고 했다. 동료에서 경쟁자로 바뀌는 시발점이 될 거라고 봤다. 필자의 칼럼 ‘염태영·이재명 戰-Ⅰ’이 게재된 것도 그 즈음이다. ▶그랬던 둘이 벌이는 의외의 전쟁이다. 한쪽을 끝장내는 전쟁이 아니라 모두를 즐겁게 하는 전쟁이다. 시민들이 웃고 있다. 모처럼 정치인들에게 받는 악의 없는 웃음이다. 축구계도 신났다. 두 시장이 한국 축구에 ‘깃발라시코’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며 흥분한다. ▶하지만, 둘은 충돌할 것이다. 2년 또는 그 언저리에서 충돌할 것이다. 입은 다물고 있지만 둘의 눈과 발이 비슷한 곳을 향하고 있어서다. 지금의 정과 여유가 그때도 남아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칼럼 ‘염태영·이재명 戰-Ⅲ’의 내용이 뭐가 될지도 필자는 모른다. 그게 정치다.

김종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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