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막겠다! 에밋·하승진

인삼公, 4강 PO 2연패 ‘벼랑 끝’
에밋, 전담마크 뚫고 39점 맹위 하승진 16리바운드 골밑 장악

안양 KGC인삼공사가 지난 7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PO·5전3선승제) 1차전에서 전주 KCC에 완패(58대80)한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는 KCC ‘해결사’ 안드레 에밋(34·191㎝)를 막진 못했다는 점이다. 인삼공사는 센터 오세근(29·200㎝)을 에밋의 전담 수비수로 붙이는 변칙작전을 들고 나왔다. 하지만 이는 패착으로 돌아갔다. 에밋은 오세근을 어린아이 다루듯 득점을 뽑아냈다. 27점. 인삼공사가 에밋에 뺏긴 스코어였다. 두 번째는 하승진(30)의 존재였다. 221㎝로 국내 최장신 센터인 KCC 하승진은 이날 무려 15개의 리바운드를 걷어내며 인삼공사 골밑을 초토화했다. 찰스 로드(31·203㎝)가 분전해봤지만, 머리 하나가 더 있는 하승진의 높이는 말 그대로 ‘넘사벽’이었다.

결국 9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두 팀의 2차전은 인삼공사가 지난 대결에서 드러난 패인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인삼공사에게 KCC의 벽은 높았다. 인삼공사는 이날 KCC에 87대99로 져 시리즈 전적 0승2패를 마크,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역대 PO 4강에서 1·2차전을 모두 잡은 팀이 챔프전에 진출한 확률은 100%(17/17)다.

 

■ 에밋이 무서워

김승기 감독은 1차전과 달리 에밋에 대한 수비를 마리오 리틀(29·190㎝)에게 맡겼다. “오세근이 힘에서 밀리지 않아 에밋을 막게끔 해봤지만, 스피드에서 차이가 났죠. 양희종은 사이즈가 비슷하지만, 힘에서 밀리고, 결국 답은 리틀이었죠. 사실 정규리그에서도 리틀이 에밋을 잘 막았습니다.”

 

하지만 에밋은 속된 말로 ‘급’이 달랐다. KBL에 오기 전에도 레바논, 멕시코 등에서 챔피언십을 거머쥔 바 있는 에밋에게 국내 무대는 좁은 듯 보였다. 그렇다고 리틀의 수비가 나쁜 건 아니었다. 슛과 돌파 모두 애매하게끔 간격을 두고 에밋을 막았다. 단지 에밋이 스크린을 활용한 득점을 잘했을 뿐이었다. 17점. 전반에 에밋이 올린 득점이었다. 에밋 봉쇄에 실패하면서 인삼공사는 전반에 41대55로 뒤졌다. 승부는 사실상 이때 끝이 났다.

후반 들어서도 에밋의 맹폭은 계속됐다. 인삼공사는 리틀과 양희종을 붙여보기도 하고, 지역방어도 사용해봤지만, 에밋 앞에선 무용지물이었다. 경기가 끝났을 때 에밋의 기록은 39점, 6리바운드, 5어시스트였다.

 

■ 하승진의 높이

인삼공사가 하승진을 골밑에서 끌어내는 방책으로 내세운 건 오세근의 미들슛이었다. 출발이 좋았다. 오세근은 1쿼터 초반 미들슛 2개를 깨끗이 성공했다. 하승진으로선 골밑에서 집을 지을 수 없게 된 셈. 오세근을 막기 위해 하이포스트까지 진출해야 했다. 인삼공사는 이 빈틈을 놓치지 않고 공략했다. 1쿼터 중반까지 팽팽히 맞설 수 있었던 것도 이 작전이 주효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수비가 문제였다. 오세근이 막기엔 하승진은 너무나 컸다. 골밑에서의 실점도 실점이지만, 무엇보다 위에서 걷어가는 공격리바운드가 뼈아팠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 같은 양상은 심해져 두 팀의 점수 차는 서서히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날 인삼공사가 하승진에 허용한 리바운드는 16개. 공격 리바운드도 무려 7개나 됐다.

 

하승진이 넣은 14점이란 ‘숫자’는 덤이었다. 고질적인 약점으로 꼽히는 자유투의 성공률은 40%(2/5)로 여전히 저조했지만, 골밑에서 자리만 잡으면 한 골이었다. 로드와 오세근으로선 악몽이었다.

조성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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