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다나까’ 말투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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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간 남동생이 첫 휴가를 나왔을 때 일이 생각난다. 군기가 잔뜩 들어 몸까지 뻣뻣해 보였던 동생은 가족들과 얘기할 때도 “그렇습니다” “아닙니다” “~ 하셨습니까?”하며 좀 불편한 말투를 썼다. “여긴 집인데 편하게 말을 하라” 했더니 “군대에 가면 말입니다. 사제말을 쓰면 안됩니다” 했다. 

생소한 ‘사제말’이란 사회제품을 이르는 것이었다. 나중에야 이 말투가 군대식의 ‘다나까’체라는 걸 알았다. 군대에선 종결형 어미에 반드시 ‘다’나 ‘까’를 붙여 써야 하는 규칙이 있었던 것이다.

 

‘다나까’ 말투는 군대라는 폐쇄적 집단에서 쓰이는 그들만의 독특한 언어 표현법이다. 사투리가 심한 각양각색의 팔도 언어를 하나의 매뉴얼로 통일시킨 표준어요, 군대와 사회를 구분 짓는 경계어이기도 하다. 장병들은 훈련소에서부터 다나까 말투를 교육받는다. 그러다 보니 ‘식사 맛있게 하시지 말입니다’ 등 어법에 맞지 않는 말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달부터 군대의 상징이라 여겨지던 다나까 말투가 일과 외 시간에는 사용이 제한된다. 국방부가 생활관이나 일과 시간 이후 일상대화에선 다나까 말투 대신 금기시 돼왔던 ‘요’로 끝나는 ‘해요’체를 사용하도록 했다. 

또 윗사람과 대화할 때 자기보다 지위가 높지만 윗사람보다 낮은 사람을 높이지 않도록 압존법(壓尊法)도 폐지했다. 대신 브리핑이나 보고, 교육훈련 등 격식이 필요한 경우에는 기존과 같이 다나까 말투를 사용해야 한다.

 

경직된 병영문화를 개선하겠다는 의도지만 군인들은 일과 중에는 ‘다나까’체를, 일과 후에는 ‘해요’체를 써야 하니 오히려 더 혼란스럽다는 입장이다. 일과 생활의 구분이 어려운 군대생활에서 시간대에 따라 말투를 분리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군대에선 다나까체를 개선하겠다는데 사회에선 때아닌 다나까 열풍이 불고 있다. TV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여성들 사이에 다나까 말투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군대식 말투에 터프한 매력을 느낀다는 것이다. 

극 중 특수부대 장교 유시진 역을 맡은 송중기는 동료 군인들과 대화할 때는 물론 의사 강모연(송혜교)과 연애를 하면서도 다나까체를 쓴다. “이 남자, 저 남자 너무 걱정하는 남자가 많은 거 아닙니까? 이 시간 이후 내 걱정만 합니다” 같은 식이다. ‘~말입니다’를 아예 금지시키고 언어 순화 지침서까지 배포한 국방부, 당황스럽지 말입니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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