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돌 코너’ 이세돌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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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승리’ ‘인간 자존심을 되찾다’ ‘위대한 첫승’ ‘인류의 자존심 웃었다’ 14일자 조간신문의 1면 헤드라인은 이세돌의 승리 소식이 장식했다.

 

지난 13일 ‘인류 대표’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 알파고를 상대로 귀중한 1승을 거뒀다. 인간 대 인공지능의 두뇌전쟁에서 3패 끝에 첫 승을 거두자 이세돌이 마치 인류를 구한 것처럼 흥분했다. 바둑을 모르는 네티즌들까지 열광적인 모습을 보였다. 외신들도 “마침내 인간 승리”라며 이세돌의 승리를 높게 평가했다.

 

앞서 알파고에게 세판 내리 지자 모두 끝났다고 했을 때 이세돌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어진 4시간 44분간의 혈전, 알파고가 항복을 했다. “3연패 후 1승을 하니까 이렇게 기쁠 수가 없다. 앞으로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정말 값어치 있는 1승이다”. 이세돌 9단은 승리 인터뷰에서 18번이나 세계 정상에 섰을 때도 볼 수 없었던 안도의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동안 죄인처럼 머리를 조아리며 “죄송합니다”를 반복했던 그가 마음고생을 좀 덜어낸 것 같아 다행스러워 보였다.

 

이날 이세돌 9단의 승전보 기사엔 수천 개의 댓글이 달렸다. 각종 사이트의 게시판도 이세돌 관련 글로 도배가 됐다.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도 이세돌이 점령했다. 네티즌들은 영화 ‘터미네이터’ 등장인물인 존 코너에 이세돌을 빗대 ‘돌 코너’란 별명을 붙이며 인간 승리의 기쁨을 표했다. 알파고는 존 코너의 적이자 인공지능(AI) 시스템인 스카이넷에 비유됐다. 영화에서 존 코너는 인류 생존을 위해 스카이넷에 맞서 싸우는 저항군 지도자로 그려진다.

 

클라우드 컴퓨팅 기법으로 1천200여 대의 컴퓨터와 연결된 AI 시스템 알파고는 얼핏 네트워크를 통해 모든 컴퓨터 시스템을 장악한 스카이넷을 연상시킨다. 반면 인간을 대표한 이세돌 9단은 단기필마(單騎匹馬)로 알파고에 맞섰다.

 

네티즌들은 이세돌의 승리에 “드디어 기계를 이겼다. 이세돌이 인류 멸망을 지연시켰다” “돌 코너의 승리는 인류의 승리” “터미네이터의 시대는 없다”는 등의 반응을 쏟아냈다. 이번 대국 전까지는 알파고의 파죽지세에 “터미네이터의 등장이 머지않았다” “인류가 인공지능을 갖춘 기계에 종속되고 결국 멸망당할 것”이라며 우려는 표했었다.

 

대국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최종 5국이 15일 오후 1시에 열린다. 인류 대표 이세돌의 승리를 다시 한번 보고싶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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